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 단위 노동시간을 최장 80.5시간까지 열어놓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6일 확정했다. 지금의 52시간에서 한도를 28.5시간이나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도 개편안의 취지를 노동자의 “선택권·건강권·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이라고 언죽번죽 둘러댄다. ‘과로할 자유’라는 말장난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야당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흔히 ‘주 52시간제’라고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 규정은 한 주의 소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개편안대로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40.5시간으로 늘리면 ‘주 80.5시간제’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굳이 주 7일이 아닌 6일로 셈을 해 ‘주 69시간’이라고 한다. 주 7일 일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개편안은 주 64시간 이내로 일할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마저 면제하도록 했다.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을 통해 군불을 땔 때도 없었던 규정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연속 휴식 있는 69시간과 연속 휴식 없는 64시간 가운데 고르라고 강요할 수 있게 된다.
이마저 ‘업무에 상당한 재량성이 인정되는 고소득·전문직, 일정 규모 이상 지분을 가진 스타트업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노동시간 규제나 초과근로수당 등을 적용하지 않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제외)’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또 선택근로제의 단위 기간도 현행 1개월(연구개발 업무는 3개월)에서 업종에 상관없이 3개월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소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로수당 없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정부가 아무리 둘러대도, 이번 개편안의 본질은 나쁜 선택지를 늘려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우기는 근거는 근로자대표나 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도록 한 것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동 현장의 실정을 외면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주장이다. 특히, 갈수록 늘고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합의 조항은 허울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날 곧바로 입법예고를 하고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호하게 ‘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리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번째로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