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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구지하철참사 20년, 온전한 추모가 안전사회 만든다

등록 2023-02-19 18:36수정 2023-02-20 02:39

지난 17일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참사 장소인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지난 17일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참사 장소인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분향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쳤던 참사가 18일로 꼭 20년을 맞았다. 대구지하철참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재난대응관리체계를 확립하는 재난안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안전한 국가’에 지금 이르렀다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20년 전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유족이나 부상자들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처음에 대구시는 디엔에이가 나오거나 지하철에 탔다는 증인이 있어야만 희생자로 인정했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1천도가 넘는 불에 탄 전동차 두대를 사고 당일 차량기지로 옮긴 뒤 바로 다음날 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현장을 지워버렸다. 유족들은 청소된 승강장에서, 버려진 포대 자루에서, 유해 수십점과 유류품 수백점을 찾아내야 했다.

모든 방화가 참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당시 당국과 많은 언론은 ‘정신이상자’에 의한 방화와 ‘무책임’한 기관사에만 비난의 초점을 맞췄다. 지하철 운영주체인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는 처벌받지 않았다. 역사로 진입하는 전동차의 기관사에게 멈추라는 게 아니라 “화재가 발생했으니 조심해 들어오라”고 했던 지시의 문제는 외면됐다. 그나마 대구 지하철이 내장재 불량률 100%, 단열재 불량률 71.4%인 것으로 드러나며 전국 지하철의 내장재가 전면교체되고 수동조작 설비가 강화됐지만, 안전보다 비용절감이 앞서는 현실은 여전하다. 온전한 추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비와 국비, 시민의 성금으로 조성된 공간은 ‘2·18 추모공원’ 대신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로, 희생자 명단이 적힌 탑은 위령탑이 아니라 ‘안전조형물’이란 명칭이 붙어 있다.

재난의 예방과 대응, 회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20년 전과 지금은 얼마나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이태원 참사는 사회적 재난의 컨트롤타워를 부인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민낯을 또 한번 드러냈다. 서울시의 대안 없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의 ‘철거 경고’에 맞서, 오늘도 희생자 유가족들은 24시간 서울광장을 지키고 있다. 대구에 모인 사회적 참사 8개 유가족단체는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를 꾸리고 내년 1월 ‘재난 피해자 권리 옹호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전한 추모와 연대야말로 안전사회에 대한 우리 모두의 다짐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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