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 정당을 넘어 여야 국회의원 130여명이 참여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지난 30일 출범했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최대다수가 찬성할 수 있는 정치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9일 여야 중진 9명의 제안으로 시작한 이 모임에 불과 20여일 만에 재적의 40% 넘는 의원이 참여한 사실은 우리 정치 현실의 엄중한 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더도 덜도 말고 선언문에서 다짐한 대로만 하면 된다.
선언문에서 의원들은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국회는 국민에게 큰 실망만 안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국민의 투표 절반 가까이를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소선거구제”에서 찾고 있다. 이 ‘승자독식·패자배제’의 선거제가 민의와 어긋나고 민심을 거스르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진보·보수를 망라한 6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8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할 때도 똑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정치학자들 역시 그간 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번이라고 잘될까’ 하는 의구심이 솔직히 없지 않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치개혁 시도를 좌절시킨 전례가 우리 정치사에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다당제를 실현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놓고는 우후죽순 같은 위성정당으로 무력화·희화화시킨 것도 다름 아닌 여야 거대 정당과 수뇌부들이었다. 지금도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고,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수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와 같이 걸핏하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며 국회를 공전시킨다. 모두 걱정과 우려를 배가시키는 요인들이다.
그러나 다행히 130여명 국회의원이 뜻을 한데 모았다. 여야 지도부와 국회의장도 힘을 보태겠다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개혁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모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국민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3월 한달간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매주 두 차례 이상 열어 합의안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선거법에 정해진 대로 내년 4월 총선 1년 전에는 ‘게임의 룰’을 확정해야 한다. 선언문에서 밝힌 진정성과 절박함으로 이번만큼은 박수 받는 개혁안을 만들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