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638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이 24일 국회에서 의결됐다. 정부안에서 큰 폭의 변화는 없었다. 정부·여당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지 않고, 모든 과표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춘 것 정도다. 이로써 준예산 편성 사태를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예산·세제 개편 결과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종합부동산세의 다주택 보유 억제 기능이 거의 무력화된 것은 제도 변화에 해당할 정도로 큰 사안이다. 주기적인 아파트 투기 열풍을 털어내기 위해 도입한 ‘보유세 강화’ 계획이 여기저기 훼손돼 거의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종부세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여러채의 집을 보유한 경우 더 많은 세금을 매김으로써 부동산 투자, 투기의 유인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24일 통과된 법 개정안에서는 1주택자의 경우 기본공제를 11억원에서 1억원 올려 공시가격이 12억원(시가 16억원, 올해 세금 30만2천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게 했다. 부부 공동명의는 공제액을 12억원에서 18억원으로 올렸다. 일반세율(0.5∼2.7%)이 아닌 중과세율(1.2∼6.0%) 적용 대상을 과세표준 12억원 이상 3주택 보유자에 한하고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춘 것은 다주택 중과세를 거의 무력화한 것이다. 내년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처럼 60%로 한다면 시가 29억원이어야 과표 12억원이 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해도 시가 21억7천만원을 넘지 않으면 중과세하지 않는다.
종부세 무력화가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이 ‘집 사서 돈 벌라’고 유혹하는 개발 시대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분양을 늘리겠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큰 폭으로 줄였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야당 요구로 6630억원 늘리긴 했지만, 총 17조5천억원으로 올해보다 5조원이나 줄었다. 임대료 안정은 주거 복지의 기초이고, 집값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는데 길을 거꾸로 가는 것이다. 지난여름 수해 때 반지하 거주자가 큰 피해를 입자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처럼 하더니, 보증금 대출이자와 이사비 지원으로 3천억원을 찔끔 편성하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대폭 줄인 것에서 서민 지원을 ‘퍼주기’로 보는 정부의 삐딱한 속내가 읽힌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에도 적잖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