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정부의 법인세 인하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며 연일 법인세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여야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여당에 양보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의 심의·확정권은 입법부인 국회에 있다. 행정부가 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하나, 지금처럼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다수당 지도부와 만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법안 처리를 어렵게 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엔 국무회의에서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활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럴 바엔 차라리 윤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협상하고 담판 짓기 바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정무적 감각이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 여야는 여러차례 협상에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3~24%로 낮추고 3년 뒤 시행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는 22%로 낮추는 정부안은 물론이고, ‘2년 뒤 시행’이라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보다도 더 완화한 것이다. 정치는 논쟁적 사안에 대해 대화와 설득, 타협으로 해법을 찾는 과정인데 대통령의 갑작스런 개입으로 여당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하의 투자 유인 효과와 관련해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론적으로는 감세가 기업 투자를 유인해 세수를 늘릴 것이라고 하나, 미국에서도 시행해본 결과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불확실했다. 분명한 것은 거둬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므로 단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기업 투자는 늘리지 않고 세수만 축낼 뿐이다. 재정정책에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대내외적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정책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거론하며 “법인세 세수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조세정책을 주도하는 미국·영국 같은 주요국도 코로나 시국에 대규모 재정지출을 한 터라 증세로 돌아서고 있다. 정부도 이런 상황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도 이른바 ‘국민 감세 3법’(중소·중견기업 법인세율 인하, 소득세 최저 과표기준 상향, 월세 세액공제율 인상)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데, 법인세율 인하와 소득세 과세표준 상향은 조세 기반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 지금은 감세에 집착하기보다는 재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하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소득 계층을 보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