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예산안 논의를 위해 접견한 자리에서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법 개정안을 두고 날선 논박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가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에 대해 “양극화 완화나 경제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비판하자, 한 총리는 “과거에 다주택자 세제가 너무나 징벌적 방향으로 가서 합리화된 세제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맞받아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국무총리는 12일 국회를 찾아 이재명 대표와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만났다. 여야가 15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이견이 첨예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접견 두 시간 전에야 일정이 공지될 정도로 전격적으로 성사된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한 총리는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두고 논박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종부세 감면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등을 언급하며 “이런 부분들은 세계적 추세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양극화 완화 경제회복에서도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초부자 감세’라는 이재명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 총리는 “법인세 인하로 내년도 기업의 감세 규모는 약 3000억원 정도”라며 “3000억 정도의 감면을 통해 해당 기업들이 경제를 더 활성화시키고 노동자, 주주 등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좀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경제전문가이고 세제 전문가인 김진표 의장께서 여러 대안을 여야에 제시하신 것으로 안다”며 “저는 법인세에 관한 한 여야가 최고의 전문가인 김진표 의장의 수정안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여야의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23%로 인하하는 대신 2∼3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와 한 총리는 노인일자리 예산·지역화폐 예산 등 여야 쟁점이 된 ‘증액’ 사업을 두고도 논쟁을 주고 받았다. 이 대표는 정부가 삭감한 이러한 예산을 두고 “정부 세출 예산에 노인 일자리 예산을 줄인다든지, 청년 지원예산, 공공 주택 예산을 줄인다든지, 지역화폐 예산을 전부 없앤다든지 도저히 납득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총리는 공공주택 예산에 대해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극성을 부릴 때 주거 안정을 위해서 공공주택을 많이 지었다. 현재는 전체적인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거나 내려가는 중이기 때문에 공공주택을 많이 짓기보다는 사회생활 시작하는 청년, 신혼부부 등에 대해 주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지역화폐 유지를 위해 중앙정부가 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라며 “지방에서 필요하다면 지역화폐 예산은 지방의 예산으로 충분히 하는 것을 결정할 시기”라고 맞섰다.
이 대표와 한 총리의 ‘예산 신경전’은 접견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이어졌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접견 뒤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발언도 (공개회의의) 연장선 속에서 이야기됐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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