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경기도 인천시 서해대로 삼표시멘트를 찾아 화물연대 파업 관련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에 들어간 지 8일째이자 철도노조가 예고한 파업 돌입 하루 전인 1일, 정부의 대응 기조는 더욱 강경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멘트에 이어 유조차 노동자들에게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뜻을 밝히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민폐노총(민주노총에 대한 멸칭)에 경고한다”며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에 기획파업을 사주하는 검은손을 당장 치우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의지가 있다면 나오기 어려운 생각과 언동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는 파업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이 짙게 깔려 있어 보인다. 이런 인식 자체도 문제지만, 화물연대와 공공부문 파업의 핵심 요구인 ‘안전’과 관련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조항을 삭제하고 대상 품목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안전을 위한 인력 확충이다. 최근 협상 타결로 쟁의가 끝난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최종 쟁점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전세계에서 안전운임제가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효과가 있으면 왜 그렇겠느냐’고 한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 폐지한 안전운임제를 내년에 재도입한다. 트럭 충돌 사망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연합은 모든 운전기사의 휴식시간과 노동시간 등을 법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을 두고 있다. 안전운임제와 취지는 같고 범위는 훨씬 넓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파업을 끝내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으름장만 놓고 있다. 안전이 거래 옵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가.
최근 잇따르는 철도 재난 사고도 인력 부족과 깊이 연관돼 있다. 11월5일 발생한 오봉역 사망 사고만 해도 ‘3인1조’가 해야 안전한 업무를 ‘2인1조’가 하다가 일어난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철도공사에서만 1200명 넘게 인력을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제출한 300명대보다 4배나 많다. 철도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기강 해이로 돌리는 인식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화물차와 철도 사고는 종사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노동자의 안전에 무관심한 정부는 국민의 안전에도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