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지난 5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과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사들 모두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결한 사건임에도 정작 해당 검사들은 아무런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수사기관의 명백한 잘못을 정당화해주는 처분으로 몹시 유감스럽다.
검찰은 2014년 유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국가정보원의 조작 공문서로 드러나자 이를 방치한 검사들을 징계한 뒤 유씨를 ‘별건’으로 다시 재판에 넘겼다. 4년 전인 2010년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던 대북송금 혐의를 새삼스럽게 꺼내 일종의 ‘보복 기소’를 한 것이다. 1심에선 유죄가 났지만, 2심에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위법하다”는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에 유씨는 지난해 11월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201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등 담당 검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등 지휘부를 공수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수사 개시 1년여 만에 결과를 발표하며 공수처는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인 7년이 이미 지나버려 문제의 ‘보복 기소’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져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 개시 초기 ‘가벌성’부터 검토하는 관행에 비추어 일찌감치 공소시효 소멸 사실을 알았을 텐데도 1년을 끌었다는 얘기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보복 기소한 사건의 경우 2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났음에도 3심까지 재판을 계속한 검사들의 행위 역시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모순된 논리”라는 유씨 변호인의 지적은 당연하거니와 “(관련 검사 등의) 서면조사 내용이 일치해 강제수사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에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공수처의 수사 의지나 능력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