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광주시청 시민의 숲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참사 이튿날(10월30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희생자’나 ‘피해자’ 대신 ‘사망자’ ‘사상자’ 등의 용어를 쓰도록 결정한 사실이 1일 드러났다. 실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은 이 지침에 따라 일관되게 사고, 사망자 용어를 쓰고 있으며, 전국 합동 분향소에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펼침막이 일제히 걸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가해자, 책임 부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가애도기간을 설정해 전 국민이 추모에 나선 의미를 퇴색시키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각에서 ‘교통사고’라 하던 일을 떠올리는 국민들도 있었을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희생자 분향소를 차리고 싶어도 정부 지침 때문에 못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현 정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정부의 관리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사안의 본질과 국민의 깊은 애도 정서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꾸는 게 정도다. 누구 주도로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추후에라도 규명할 필요도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의 ‘책임 회피’ 언행이 국민 울화를 돋운 가운데, 여당마저 이를 따지기는커녕 ‘정부 책임론’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무책임하다. 국민의힘은 ‘경찰 투입 인력이 부족했다’는 주장까지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는 ‘애도기간 질의는 안 된다’는 여당 고집으로 정부의 일방적 보고만 받고 끝났다. 이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 데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자신의 논란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에 그쳤다. 이래서야 국민의 슬픔과 분노만 키울 뿐이다. 정부·여당의 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