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이 26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서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주호영 비대위’에 제동을 걸었다. 당장 주호영 위원장이 직무정지가 되며 집권여당은 대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무리하게 대표를 교체하려다 더 큰 정치적 혼란을 불러온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비대위에 이르는 과정이 국민의힘 당헌은 물론, 민주적 정당활동을 규정한 헌법·정당법에 사실상 모두 위배되는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일부 최고위원들이 지도 체제 전환을 위해 (비대위 출범을 위한) 비상상황을 만들었다”며 ‘이준석 교체’를 위한 인위적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원이 뽑은 대표를 꼼수와 편법으로 쫓아내는 무리한 과정이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장 “정당 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침해”라며 이의 신청을 제기했고, 판사 성향까지 문제삼았다. 정당 내부의 정치적 판단에 법원이 지나치게 개입한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비대위 출범이 이른바 ‘윤심’을 업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이준석 축출’ 및 당권 장악 시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 징계를 당대표 사고(일시적 자리 비움)로 규정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결정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이준석 내부 총질’ 메시지 공개 논란 직후 갑작스레 지도 체제 개편이 추진됐다. 이 메시지를 노출한 권성동 직무대행의 지도력 논란→당 비상상황 선포→비대위 출범 및 당대표 자동 해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비대위 출범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주장이 힘을 얻은 것으로 해석됐다. 법원 결정으로 이 전 대표를 끌어내리고 당권을 장악하려던 집권여당 내부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공교롭게도 법원 결정이 나온 날은 국민의힘이 대대적인 1박2일 연찬회를 마무리하며 ‘당정 원팀’을 외친 날이다. 연찬회 직후 “당내 갈등으로 심려를 끼쳤다”며 비대위 중심의 수습을 강조했으나, 더 큰 소용돌이에 직면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27일 의원총회를 소집했는데, 이 사태의 중심에 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염치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사실상 부추긴 윤 대통령의 책임도 엄중하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국민들에게 집권여당의 ‘밥그릇 싸움’이 지금 어떻게 비칠지 스스로 돌아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