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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기문란” “반미투쟁” 들먹이며 경찰국 강행한 오기 정권

등록 2022-07-26 20:16수정 2022-07-27 02:39

26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앞에 경찰국 신설 반대 메시지가 적힌 팻말과 근조 화환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앞에 경찰국 신설 반대 메시지가 적힌 팻말과 근조 화환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을 담은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인사 권한 등을 확대해 경찰을 직접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은커녕 위헌·위법 논란이 제기된 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이다.

이날 통과된 경찰국 신설안은 다음달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정부의 상식을 뛰어넘는 ‘속도전’ 속에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했던 역사적 이유는 망각됐다.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추진해온 지난 30여년간의 고민과 논의 또한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위법과 월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소관 사무에 ‘치안’이 빠져 있는데, 시행령으로 이를 밀어붙이는 건 위헌이라고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도 지적한 터이다. 경찰제도의 기본틀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에 ‘공정한 외관’을 갖추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경찰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대신 경찰청장 후보자와의 요식적인 간담회만 진행됐고, 입법예고 기간은 단 나흘뿐이었다. 내용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결여된 역사적 퇴행이라 할 수밖에 없다. ‘경찰 장악’ 의도 외에는 도저히 이유를 찾기 힘들다.

더욱이 문제를 키우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행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 반발에 대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이어 또다시 ‘국기 문란’을 언급한 것이다. 총경 회의를 “쿠데타” “하나회”에 빗대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30일 예고된 ‘전체 경찰회의’를 “부화뇌동이며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경찰대 출신들과 다른 이들을 ‘갈라치기’하는 발언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한술 더 떠 국가경찰위원회 민변 출신 위원들을 겨냥해 “반미 투쟁” 운운하며 색깔론까지 들먹인 건 기가 막힌다.

이런 극단적인 표현과 색깔론은 역풍을 부를 뿐이다. 애초 소집됐던 팀장회의가 전체 경찰로 확대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가 시작한 ‘경찰국 신설 반대’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은 이날 저녁 8시 현재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원 시작 9시간 만이다. 정부는 시행령 공포를 미루고, 국회의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거쳐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법대로’ 원칙은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오기로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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