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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경 집단사퇴로 번진 ‘월북 논란’, 명확한 진상규명이 먼저다

등록 2022-06-24 20:09수정 2022-06-24 23:15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연합뉴스

정봉훈 청장을 비롯한 해양경찰청 치안감 이상 간부 9명이 24일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한 적은 있으나, 고위 간부들의 일괄 사의 표명은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사의를 반려했지만, 실체적 진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도 착수하지 않은 마당에 사의를 나타낸 것만으로도 사건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강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섣부르고 부적절하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정 청장 등 간부들이 종합적인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최근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마디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등이 주장하는 ‘월북 조작설’과는 거리가 멀다.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건 마땅하지만, 월북 조작설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한 건 외려 무책임한 행위일 뿐이다.

2020년 조사 과정에 정 청장과 간부 8명이 직접 연관돼 있지 않다면, 이런 행위는 엄정하게 사실을 가리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조사한 걸 두고 제삼자가 월북 조작설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더구나 해상 치안과 어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해경 고위 간부들이 고대 순장제도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보이는 건 황당할 지경이다. 2014년 조직이 하루아침에 통째로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해경 구성원들의 자괴감은 오죽하겠는가.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규명 티에프(TF)’는 이날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당시 우리 군이 확보한 7시간 통신에 해당하는 방대한 첩보 분량 가운데 ‘월북’이라는 단어는 단 한번 등장했다”며 월북 조작설을 이어갔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성명을 내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안보자산 공개의 어려움을 이용해서 전임 정부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정부 여당의 행태는 치졸하다 못해 야비한 짓”이라며 “비극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대로 여야가 정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상규명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 피해와 상처는 오롯이 유족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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