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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변칙적 스펙쌓기’ 의혹에 당당한 한동훈식 공정·상식

등록 2022-05-08 19:53수정 2022-05-09 02:37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2차 내각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2차 내각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외국 대학 입시용 스펙 쌓기’로 의심되는 활동을 하면서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한 후보자의 해명도 상식에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한 후보자의 맏딸이 지난 2월 미국에 기반을 둔 사회과학 분야 논문 데이터베이스 ‘에스에스아르엔’(SSRN)에 등록한 4쪽짜리 영어 논문이 대필됐다는 의혹을 8일 <한겨레>가 보도했다. 이 논문의 문서정보 중 지은이 항목에 적힌 외국인 이름을 추적한 결과 케냐 출신 대필 작가였고, 그는 문서 작성 시기인 2021년 11월 초 자신이 글을 썼다고 <한겨레>에 답변했다. 이 논문은 한 후보자 딸이 지난해 하반기에 해외 학술지에 게재한 6편의 논문 중 하나다. 고등학생이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등 다양한 주제로 단기간에 여러 논문을 쓰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여기에 대필 의혹까지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정상적인 검증 절차 없이 돈을 받고 논문을 실어주는 등 출판 윤리와 배치되는 이른바 ‘약탈 저널’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필 의혹 논문에 대해선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입시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모의 자녀도 문제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한 후보자 딸과 겹치는 교외활동을 한 뒤 미국 대학에 진학한 점 등에 비춰 선뜻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녀의 입시 준비와 관련해 ‘부모 찬스’나 허위·과장 등 불공정한 방식이 동원됐는지 여부가 고위 공직자 검증의 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8일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서 ‘사교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할 정도로 입시의 계급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에 따라 학벌이 세습되는 구조에 많은 이들이 절망하는 현실에서 고위 공직자가 일부 계층의 변칙적인 입시 경로를 답습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 최측근의 검찰 장악 등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과 정의를 내세워 법무부 장관이 되려 하는 한 후보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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