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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보복성 기소’에 대법 첫 제동, 검찰 부끄럽지도 않나

등록 2021-10-14 18:06수정 2021-10-15 02:35

‘서울시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간첩 혐의를 받은 유우성씨가 2014년 4월14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수사결과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시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간첩 혐의를 받은 유우성씨가 2014년 4월14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수사결과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법부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을 확정한 첫 사례라고 한다. 유씨의 혐의는 검찰이 앞서 기소유예 처분했던 것으로, 뒤늦게 다시 기소할 때부터 ‘보복성 기소’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 가 제 허물을 더욱 크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 기각으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4년 서울중앙지검이 탈북자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주는 이른바 ‘프로돈’ 사업을 벌여 북한으로 돈을 밀반출한 혐의로 유씨를 기소한 사건이 7년 만에 사법적으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이미 2010년 수사를 벌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바 있다. 대법원은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의 뒤늦은 기소는 단순한 공소권 남용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유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됐으나, 2015년 대법원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4년 2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도 조작된 증거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검찰이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건 그 직후였다. 유씨가 재북 화교 출신이면서도 탈북민이라고 속여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깨알 같은 혐의까지 추가했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재탕 기소’를 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전향적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판단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공소권 사용에 스스로 엄격했기 때문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번 사건의 경우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과반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사법부의 더욱 적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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