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자신의 투기 연루 의혹을 제기한 여당 의원들을 향해 “조사에서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혀지면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여당 정치인 10여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평생 공작정치나 일삼으며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모리배들”이란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의혹에 대한 해명과 반박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음모론’을 동원해 사안을 정쟁화한 것이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 아버님에게 농지법과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있으며, 투기 의혹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변명하지 않는다. 아버님은 성실히 조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적법한 책임을 지실 것”이라고 했다. 이틀 전 “아버지가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던 데서 한발 물러나 부친의 부동산 거래에 투기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자신이 부친의 부동산 매입 사실을 미리 알거나 거래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윤 의원은 이어 2016년 부친의 토지매매 계약서와 그해 자신의 통장 거래 내역을 공개한 뒤 자신의 결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통해 입증받겠다고 했다. 권익위 의뢰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이뤄지게 될 상황에서 공수처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대응이 여기에 그쳤다면 여론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흘렀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부 정보 이용’ 등 자신을 겨냥한 추가적인 의혹 제기가 여당 의원들에 의해 “매우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여권의 공작’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틀 전 권익위 조사를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끼워맞추기 조사”라고 공격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본인 동의와 소속 정당의 요청에 따라 국가기관이 진행한 조사 결과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해명하고 수사를 통해 결백을 입증하면 그만이다. 분명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음모론’을 동원해 국가기관의 조사를 폄훼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경쟁 정당 의원들을 ‘공작이나 일삼는 모리배’로 비방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7일 윤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김의겸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지금은 여야 모두 소모적 정치 공방을 중단하고 의혹을 받는 의원들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