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28일은 미국 프로야구의 배리 본즈가 715번째 홈런을 쳐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넘어선 날이다. 그때 홈런을 맞은 투수가 김병현 선수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호사가들의 답 없는 논쟁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베이브 루스 대 배리 본즈,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 미국의 각종 토론 게시판에서 이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곤 한다. 쓸데없는 말다툼 같지만 20세기 미국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베이브 루스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본즈는 1986년부터 2007년까지 프로 선수로 뛰었다. 루스의 기록은 백인끼리만 경쟁한 기록이라며 본즈가 더 위대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20세기 초에는 흑인과 히스패닉 선수는 실력이 뛰어나도 인종차별 때문에 빅리그에서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본즈가 경쟁한 선수들이 옛날만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20세기 말부터는 미국의 대중문화가 변하며 미식축구와 농구가 야구보다 인기를 누렸기 때문에, 운동능력 뛰어난 미국 청소년들이 야구 말고 다른 스포츠로 빠져나갔다는 주장이다. 어느 주장이 옳은지 검증할 방법은 없지만 미국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나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오피에스(OPS) 수치는 루스가 1.164, 본즈가 1.051로 루스가 높다. 루스는 투수로도 10년을 활동했다(평균 자책점이 2.28이라니 대단하다). 홈런 수는 루스가 714개, 본즈가 762개로 본즈가 앞섰다. 행크 에런의 홈런 기록 755개도 넘어섰다. 그러나 본즈는 반칙을 저질렀다. 금지 약물을 사용해 근육을 불린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며 본즈의 명예는 추락했다. 본즈의 기록에 대해 쓰면서도 내가 루스의 얼굴을 빚은 이유기도 하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