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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신영전 칼럼] 언제나 젊은이들이 옳다

등록 2021-04-27 14:15수정 2021-04-28 14:12

나이가 들어 껍질이 단단해진 늙은 개미는 젊은 개미들의 싸움에서 제일 앞줄에 선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나 같은 낡은 기성세대도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비책이다.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올 때 그 행진의 가장 앞에 서면 된다. 그리고 늘 이런 주문을 외우면 된다.

신영전 ㅣ 한양대 의대 교수

“언제나 젊은이들이 옳다.” 오래전 지인인 김아무개 교수가 한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옳은 말이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이 어떻게 언제나 옳을 수 있냐고 묻지 마시라. 그래서 옳다. 오늘날 지식과 경험은 우리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하고 옳은 일을 행동에 옮기는 것을 더디게 할 뿐이다. 현재의 팬데믹, 전쟁, 환경위기 역시 모두 기존의 지식, 정치, 경제 체계가 만들어낸 것이다. 나이 든 이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실패했다.

전 인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계어로 쓰인 것 같은 과학책, 난해한 철학책, 화려한 정치이론서가 아니라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아라”, “다른 사람 괴롭히지 말아라”, “함께 잘 살아라”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이것은 젊은이들도 다 알고 있으며,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이들도 그들이다. 젊은이들은 나이 든 이의 말을 듣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젊은이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잘 모르면 배우고, 잘못했으면 고치는 이들이다. 나이 든 이들 중에 그런 이들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언제나 젊은이들이 옳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 주도한 것이다.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도 그렇고, 4·19의거, 광주와 부마의 민주항쟁, 6·10 민주화운동도 그렇다. 수유리 4·19묘지에 누워 있는 이들 중 나 같은 교수는 한명도 없고 모두 젊은 학생들뿐이다. 망월동 5·18묘지, 서울과 대전 현충원에 누워 있는 절대다수도 젊은이들이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와 세월호 참사 때 제일 먼저 촛불을 들고 단상에 오른 이들도 젊은이들이었다. “국제사회와 정부, 백신 개발자는 백신 불평등이라는 비극을 해결해야 한다” 외치는 18살 툰베리가 백신을 외교수단화하려는 80살의 바이든보다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사회의 근원적 문제는 미래정책을 미래에는 존재하지도 않을 나이 든 이들이 결정한다는 데 있다. 현 환경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래 세대지만 환경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은 얼마 후엔 지구에 없을 이들이다. 대학교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미래정책을 앞으로 20~30년 대학에서 지내야 하는 젊은 교수들이 결정하기보다는 그 미래와 상관이 없는 정년을 몇년 앞둔 노교수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몇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첫째, 젊은이들이 옳다고 해서 그들이 언제나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탐욕과 힘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젊은이들은 쉽게 패배한다. 사회의 기득권들은 나처럼 낡고 늙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도 말했다. “악마는 나이를 먹었다.” 둘째, 젊은이들도 결국 늙는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붉은 돼지>에 나오는 대사처럼 “인간은 중년이 지나면 돼지가 된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 서 있던 그 남자처럼 젊은 시절의 ‘의기’는 사라지고 ‘실리’만이 허리둘레에 쌓인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변화를 이끌고, 변화된 새로운 세상의 운영을 주도할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모두가 집중해야 할 인류사적 과제다.

나이 든 이들은 억울해하지 마시라. 늙는 게 죄도 아니고, 무엇보다 우리도 한때 젊었었지 않은가? 그리고 그들 또한 늙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 든 기성세대가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 우선 젊은이들의 문제에 불필요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자. 예를 들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가 보인 투표 경향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젊은이의 보수화든, 스윙보트든, 젠더갈등이든, 이 문제에 기성세대가 스스로 책임질 부분만 책임지고 그들에게 개입하지 말자. 기성세대에겐 그럴 자격이 없고, 그들을 바꿀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문제는 젊은이들끼리 해결해야 하고 또한 그들만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무엇보다 나같이 나이 든 이들은 젊은이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셋째,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만약 자신이 있다면, 천상병 시인, 문익환, 백기완 선생처럼 죽는 순간까지 젊은이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으로 나이 든 이들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래전 한 생물학자에게 늙은 개미는 어떻게 살아가냐 물은 적이 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가 들어 껍질이 단단해진 늙은 개미는 젊은 개미들의 싸움에서 제일 앞줄에 선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나 같은 낡은 기성세대도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비책이다.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올 때 그 행진의 가장 앞에 서면 된다. 그리고 늘 이런 주문을 외우면 된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의 새가 운다.” “언제나 젊은이들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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