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군대가 쳐들어왔다. 소련 사람 수천만명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잃었다. 인종청소 삼아 함부로 죽였다고들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복수를 다짐했다.
나데즈다 포포바는 오빠가 독일군에게 죽임당했고, 집은 빼앗겨 게슈타포의 본부로 쓰였다. 포포바 같은 수많은 여성이 나치와 싸우고 싶었다. 처음에는 높은 자리의 소련 남자들이 반대했지만, 분노한 여성들은 마침내 최전선에 나갔다. 스나이퍼로 파일럿으로 활약했다.
여자로만 구성된 야간폭격비행연대가 있었다. 지휘관도 정비사도 조종사도 여자였다. 3만번을 출격해 2만3천톤의 폭탄을 독일군에게 퍼부었다. 석 대씩 한 조를 이루어 날았다. 두 대가 어지럽게 날며 눈길을 끄는 동안 한 대는 엔진을 끈 채 목표물에 몰래 다가가 폭탄을 떨궜다. 그런 다음 맡은 일을 서로 바꾸었다. 엔진 소리도 없이 스으윽 다가오는 폭격기를 독일의 남자 군인들은 두려워했다. “밤의 마녀”라 불렀다. ‘여성 군인들 밤눈이 밝은 까닭은 소련 정부가 이상한 약물을 먹였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는 다만 똑똑하고 재주 있는 여성들이었다.” 포포바는 회고했다.
“밤의 마녀” 연대에서 활약한 사람 중 예브게니야 루드네바가 유명하다. 원래는 수리공학부에서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히틀러의 군대 때문에 분노해 학업을 중단하고 자원입대했다. “우리 학교 우리 과 건물에 폭탄을 쏜 나치들에게 앙갚음해주러 출격합니다.” 대학 시절 은사에게 썼다는 편지다. 645회를 출격했고, 1944년 4월9일에 전사했다. 훗날 소련의 천문학자가 소행성1907을 찾아내고는 루드네바라고 이름 붙였다. 학생 시절 측지학을 공부하던 그를 기려서였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