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과 파투는 북부흰코뿔소의 마지막 생존자다. 2018년 3월19일에 코뿔소 수단이 세상을 떠나자 전세계가 탄식했다. “우리 모두 울었다.” 코뿔소 보호원 자카리아 무타이는 말했다. 수단은 북부흰코뿔소 최후의 수컷이었다. 살아남은 나진과 파투는 둘 다 암컷이다. 북부흰코뿔소는 어떻게 될까?
20세기 초 수십만 마리였다던 코뿔소. 인간 때문에 살 곳을 잃고 무섭게 수가 줄었다. 밀렵도 많이 당한다. 코뿔소의 뿔은 비싼 약재로 팔린다. 우리 손톱과 같은 케라틴 성분일 뿐 약효도 없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코뿔소를 죽여서라도 뿔을 잘라낼 것이다. 이러한 폭력은 동물만을 향하지 않는다.” 화가 장노아의 글이다.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가 있다. 나진과 파투는 아이를 가지기 어려운 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난자를 받으면 인공수정이 가능하다. 수단이 살아 있을 때 정자를 냉동해두었다. 먼 친척뻘인 남부흰코뿔소를 대리모로 삼을 계획이다. 무사히 몸 안에 수정란을 넣을 로봇도 연구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도 문제다. 연구팀이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일이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불가능했다. 어찌어찌 지난해 8월에 나진과 파투를 찾아가 난자를 받아 오긴 하였으나, 보호구역에 들어가는 일은 또다른 위험이 있다. 산고릴라(마운틴고릴라) 같은 멸종위기종에게 인간이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어서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사실상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일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그 자원을 다른 동물을 위해 쓰자는 주장이 있다. 멸종위기의 동물을 위해 환경을 복원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일으킨 문제지만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속이 탄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