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 보자. 작년 이맘때 팀 버너스리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여성 학대”의 문제를 지적했다. 2019년에는 “거대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정치세력이 가짜뉴스를 이용한다”고 웹을 비판했다. 맞는 말이지만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말을 해도 이 사람이 하면 전세계가 귀를 기울인다. 버너스리가 바로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라서 그렇다.
오늘날 웹사이트의 수는 10억개가 훌쩍 넘는다. 2004년에는 5천만개, 1994년에는 2400개였다고 한다.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까닭은 “버너스리가 이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를 전세계에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클라이브 기퍼드는 썼다. “월드와이드웹을 상업화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뻔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직접 나와 버너스리가 보낸 트위터 글이다.
버너스리는 한때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일했다. 사람마다 다른 종류의 컴퓨터를 쓰는 바람에 정보가 소통되지 않는 것을 보며, 버너스리는 어느 컴퓨터나 이용할 수 있는 그물망 같은 시스템을 생각해냈다. 제안서를 올린 날이 1989년 3월12일이다. “모호하지만 흥미로움.” 프로젝트를 승인하며 상사가 서류 앞장에 갈겨쓴 글귀다. 월드와이드웹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연의 일치로 3월12일은 인쇄술의 역사에도 중요한 날이다. 1455년 이날, <구텐베르크 성경>이 나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쇄술도 월드와이드웹도 “세계사를 바꾼 발명”이라고 이야기되곤 한다. 인쇄술 역시 발명 초기에는 괴담과 거짓정보를 퍼뜨리는 일에 악용되곤 했다는 어느 연구를, 나는 예전에 구텐베르크에 대한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바 있다.
김태권 |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