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월에는 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운용능력 검증은 하지도 못한 채 연합군사훈련만 실시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그대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단추를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서재정 ㅣ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누구나 가끔은 겪는 일이다. 옷을 입으면서 단추를 끼우다 보면 단추는 하나가 남았는데 구멍은 남아 있지 않다. 웬일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옷 입을 때뿐인가. 나랏일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많은 사람들이 우환을 겪을 수 있다. 정권이 흔들리고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규모는 축소하지만 올 3월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하는 주요 이유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도 “전시작전권을 가급적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환수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며 연관성을 시사했다. 환수 이후 전작권을 행사할 미래 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이 훈련을 통해 검증되어야 전작권 환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전작권 환수에 이런 검증 조건이 붙게 됐을까?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보유하고 있어야 할 전시작전통제권은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2월에 맺어진 합의가 이행됐다면 이미 2012년 4월에 환수가 됐을 것이다. 거의 9년 전부터 한국군이 행사했을 전작권이 아직도 한미연합사령부에 귀속되어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을 한 차례 연기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을 추가해 또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연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연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오바마 정부 쪽은 전작권 전환 연기에 난색을 표했을뿐더러 실무협의에서는 연기를 하더라도 연기 시기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 쪽은 실무협의에서 구체적으로 “1~2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3년7개월 연기로 낙착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무슨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을까? “북한의 핵위협 등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공식적으로 들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위협’은 설득력이 없다. 북이 2006년에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해 한반도 안보환경에 큰 충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 전작권 이행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이 있었지만 그해 말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는 전작권 전환 연기가 언급되지 않았다. 심지어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0년 3월 말 미 의회 청문회에서 2012년 4월 전작권 전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기류가 바뀐 결정적 계기는 천안함 침몰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폭침론’을 강력히 제기하며 안보환경이 변했다고 강변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는 반대되는 ‘폭침론’으로 전작권 전환을 연기시키기는 했어도 2015년에는 이뤄졌을 전작권 전환은 2014년 또다시 연기됐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가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를 내세웠다.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며 주한미군과 전작권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했다. 한-미 동맹이 ‘동북아시아에 이익’이 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평시였다면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을 이런 큰 변화들은 2014년 4월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용히 이뤄졌다. 4월16일 침몰한 세월호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상 간의 합의는 그해 10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공식화됐다. “대한민국과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해야 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도) 대한민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첨단무기를 도입하면 북의 대응을 불러 한반도 안보환경이 불안정하게 될 것이고,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갖추면 중국의 의심을 불러 역내 안보환경이 불안해지는 모순 안으로 매진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3월에는 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운용능력 검증은 하지도 못한 채 연합군사훈련만 실시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그대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단추를 다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