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모를 듯, 나폴레옹의 모순에 찬 정치인생. 코르시카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문화권인데 그 무렵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곳이었다.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독립운동 비슷한 일에 몸담았다가, 그만두고 프랑스에 들어가 프랑스 사람으로 살았다. 코르시카 토호들과의 권력 다툼 끝에 밀려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젊은 나이에 큰 나라 프랑스의 대권을 잡았다.
프랑스 대혁명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폴레옹은 독재자가 되었다. 이런 건 시민혁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혁명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국민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했고 황제가 될 때도 국민투표를 해 그 구실로 삼았다. 훗날 대한제국을 세울 때 고종이 “나폴레옹의 예를 따른다”면서도 자기는 “상소를 받아” 즉위한다며 국민에게 투표권을 끝끝내 주지 않은 일과 비교된다.
전쟁을 쉴 새 없이 일으켰다. 시민혁명을 이식하겠다는 명분이었다. 민주주의와 침략전쟁이 함께 가는 모양새가 고대 아테네와도 닮았다. 점령한 나라에서 정치개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변변찮은 자기 가족을 국가원수로 꽂아 민심을 잃었다. 러시아에 지고 연합군에 패하여, 귀양 가는 것처럼 지중해의 엘바섬에 갇혔다.
나폴레옹이 쫓겨나자 유럽의 보수세력은 안도했다. 혁명의 시대가 끝났다고 믿었던 걸까. 프랑스에서는 왕당파가 오랜만에 권력을 잡더니 사회를 프랑스 대혁명 이전으로 돌리려 들었다. 시민은 화났고 나폴레옹은 기회를 엿보았다. 1815년 2월26일에 불쑥 엘바섬을 떠난다. 3월1일 프랑스 도착. 민심을 잃은 보수정권은 나폴레옹에 맞서지 못했고, 아무 저항 없이 나폴레옹은 3월20일 파리에 들어갔다. 워털루 전투에서 지고 다시 쫓겨날 때까지 100일 남짓 권력을 누렸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