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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아동학대로 사라진 영혼들의 해원을 위하여 / 이태수

등록 2021-02-18 04:59수정 2021-02-18 08:39

이태수 ㅣ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해 말 우리 사회에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이 그 이후 또 다른 사건으로 반복되고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울산 울주군 여아 학대 사망사건(2013년), 칠곡 아동학대 살인사건(2013년), 울산 입양아 학대 사망사건(2014년),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2016년), 청주 아동학대 암매장 사건(2016년)…. 사건명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진다. 이처럼 아동이 사망에 이른 극단적인 경우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학대만도 연간 3만여건에 이른다고 공식통계는 말해주고 있다.

현재 아동복지법에는 부모가 적절한 양육을 할 수 없는 아동에 대해서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자가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여 가정위탁, 입양, 시설입소, 특수치료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아동복지법 제15조 1항)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어떤 자치단체의 장도 이 책무를 제대로 행하고 있지 않다. 민간에게 예산을 지원하고 아동보호사업을 위탁한 다음, 실질적으로 신청과 보호, 조치 등의 대부분 사무를 이곳에 행하도록 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서비스라면야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것이 좋다지만 해당 지역의 보호받아야 할 아동에 대한 사정과 보호조치라는 첫 단계를 외면하고 있으니 아동의 생존권과 보호권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정인이 사건에서 드러났듯 입양에서의 공공성 실종은 심각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국민이자 시민인 아동에 대한 입양의 판단과 양부모의 선택이 민간 입양기관의 이해와 판단에 의해 ‘처리’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우리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동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접근법은 달라야 한다. 중앙정부는 아동의 보호체계를 법과 제도, 예산의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유엔 아동인권위원회의 권고처럼 친가정을 상실한 아동의 보호를 공공이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어떤 경우든 부모 외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 대한 실제 사무를 책임지고 수행하는 부서를 만들어 충분한 수의 전문적인 일반직 공무원을 배치한 뒤, 그들이 단체장을 대신하여 공적으로 조치를 행하고 그 조치가 적절치 않았을 때는 궁극적으로 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도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은 충분한 인력과 예산,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기초단체를 위해 전체 아동보호사무를 관장하고 필요시 조정하는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필요시 중앙정부와 같이 시·도의 아동권리보장원 같은 지원조직을 설치하여 전문성을 갖출 필요도 있다.

언제까지 가해자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소비시키며 이 땅의 아동들에 대한 잔인한 폭력을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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