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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날마다 협박편지를 받았다” / 김태권

등록 2021-02-04 15:31수정 2021-02-05 02:42

행크 에런 (1934~2021)
행크 에런 (1934~2021)

미국에서 한때 야구선수도 인종차별을 받았다(등번호 42번 재키 로빈슨 이야기는 칼럼에 쓴 적이 있다). 행크 에런도 힘든 시절을 겪었다. 백인 선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 714개를 넘어설 즈음, 행크 에런은 협박에 시달렸다. “납치 위협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갇혀 살다시피 했다. 나는 도살장의 돼지가 된 기분이었다. 날마다 협박편지를 받았다.” 마침내 1974년 4월에 715번째 홈런을 쳤다. 1·2·3루를 돌던 중 백인 청년 두 사람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테러리스트면 어쩌나 깜짝 놀랐다. 다행히 홈런 신기록에 흥분한 팬이었다. 17세의 브릿 개스턴과 클리프 코트니는 에런을 따라 구장을 한 바퀴 돌았다(하룻밤 경찰서 신세를 졌다). 이 일화는 그 무렵 긴장이 얼마나 팽팽했는지 보여준다. 행크 에런은 22년 동안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했다. 홈런은 755개, 안타 3771개, 타율은 3할5리.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프로야구 첫해인 1982년에 두 차례 방문해 선수들과 시간을 보냈다. “(내 타격 자세를 고쳐주며) 통역을 통해 나에게 계속 질문했다. 한번도 ‘왜?’라는 질문을 (야구)지도자로부터 받은 적이 없던 시절이라 당황스럽고 신기했다.” 이만수의 회고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행크를 존경하는 것은 야구 실력도 뛰어나지만 사회에 나와서도 선한 영향을 사람들에게 끼치면서 한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에런이 올해 1월5일에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것도 그래서다. 1월22일에 세상을 떠났다. 백신을 반대하는 음모론자들이 이 일을 두고 또 이상한 말을 지어냈지만, 에런이 86세의 나이로 숨진 일은 백신과는 관계가 없다. 그가 태어난 날이 1934년 2월5일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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