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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산하의 청개구리] 정말 결국, 케이블카?

등록 2021-01-31 14:17수정 2021-02-01 02:40

김산하 ㅣ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청천벽력’, 맑게 갠 하늘에서 치는 날벼락이라는 뜻이다. 물론 뜻밖에 일어난 큰 재앙이나 사건을 의미한다. 요즘처럼 소위 기상이변 현상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시대에는 좀 안 어울리는 비유가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을 보기란 여전히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최근의 그 일을 묘사하는 데.

코로나19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이미 1년 이상 지속된 일이고 앞으로도 별로 수그러들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걸 보면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다른 뉴스에 파묻혀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최근에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바로 설악산 케이블카 재추진 결정이다.

‘엥? 난 또 뭐라고’ 하며 눈을 돌리려 했다면 잠깐 멈추어 사안을 돌아보길 강력히 권고한다. 이것은 그저 개발 대 보존 입장이 격돌한 여러 한판 승부 중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비통하고, 황망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것이 21세기 지금 시점에서 일어난 것은 더더욱 추가적인 충격이다.

생각해보라.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가 1970년, 이제 50년이 막 지났다. 하지만 같은 해에 이미 권금성을 오르내리는 첫 케이블카가 완공되었다. 국립공원이 되자마자 케이블카 논란이 일었다가 불과 10여년 후인 1982년에 오색과 대청봉을 잇는 케이블카가 또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40년간이나 이어져온 문제의 케이블카다. 한마디로 설악산은 국립공원으로서 생애 내내 케이블카에 시달려온 것이다.

강산이 네 번은 바뀌는 40년. 정권이 5년마다 바뀐다고 치면 여덟 번이나 정권교체가 됐을 기간이다. 그동안 수많은 엎치락뒤치락이 있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두 번째 케이블카는 허락되지 않았다. 설악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서 있는 이유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여러 정부와 세대에 걸쳐 설악산을 그대로 두자는 결론에 결국 수차례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 정도면 매우 일관된 노선을 걸은 셈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는 하나로 족하다고, 더 이상의 자연 훼손은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같은 사업이 40년 동안 여러 정부 아래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실패했다면 당연히 퇴출돼야 한다. 진작에 삼진 아웃제가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사법시험도 4회로 응시를 제한한 마당에 말이다. 아니, 반복적으로 같은 걸 밀어붙이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오히려 긴 세월 동안 일관되게 보호 결정이 내려진 사안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판관 몇 명이 뒤집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산양 서식지로서의 중요성과 같은 전문 과학 분야에 대해 행정심판의 기구가 임의로 판단을 해버린 것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수많은 과학자가 그곳이 산양의 서식지임을 논증했고 번식의 증거까지 있는 마당에 말이다. 그 수많았던 “노!”가 이 마지막 한 번의 “예스!”에 의해 그렇게 쉽게 뒤집혀도 좋다는 것인가?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문화향유권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적어도 설악산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이미 한 대 있지 않은가? 오색과 대청봉 사이마저 꼭 연결되어야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 논리에 따르면 전국 산천 어디든 대규모 토목공사에 기반한 교통 인프라를 설치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전세계가 지속가능한 변화를 일구려고 노력하는 이 판국에, 시대를 역행하는 케이블카는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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