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산을 살리는 시민 탐조의 날’ 행사 참가자들이 새 사진을 찍고 있다. 최상원 기자
김산하 |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현실을 똑똑히 직시하자.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대로 전진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가장 위급할 때에,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너무나 힘차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얘기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다. 어차피 이 칼럼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미루지 말고 할 말을 해야 한다. 바로 골프장 얘기이다. 국토의 자연을 전 방위적으로 공격하는 여러 세력 중 최근 가장 급부상하는 게 바로 골프이다. 스포츠 한 종목에 불과한 골프가 자연에 이토록 심각한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게 가히 충격적이다. 오죽하면 필자도 마지막 주제로 골프장을 콕 집겠는가?
먼저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이런 문제를 언급하기만 해도 아직도 좀비처럼 되살아나 같은 말만 반복하는 관행이 시퍼렇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개발 대 보존이라는 대립 구도의 소환 말이다. 우리나라는 개발 대 보존이 제대로 대립한 적이 없다. 개발의 일방적인 승리 행진만 있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태가 보여주듯 개발이 단지 조금 늦춰질 때가 있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보존’되는 곳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그 승리의 대열에 골프장이 대거 합류한 것이다.
골프장의 폭발적인 증가는 말 그대로 피부에 와 닿는 수준으로 국토를 강타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은 축구장 210개 크기의 27홀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지리산 자락의 생태 1등급 지역의 숲을 포함한 지역을 이미 잘라버렸다. 생태 가치가 높아 보전해야 한다고 환경부가 지정한 곳이지만 이런 이름표는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대구 금호강 둔치에 들어선 이른바 파크 골프장은 삵, 수달, 너구리의 서식지를 무참히 파괴했다. 역시 동물들에게 붙은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 1, 2등급이라는 딱지는 쓰레기에 불과했다. 대구 달성군의 하빈 골프장은 취수장 인근에 불법으로 지어졌다가 폐쇄되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는 백령근린공원에 9홀 골프장을 지으려 하고 있어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이곳은 두꺼비의 서식지와 산란지로 자연체험학습장으로 활용되던 곳이다. 이외에도 고양시 산황동 골프장, 울산시 울주군 청량 골프장, 대전시 유성구 금고동 골프장 등등 목록은 끝이 없다.
이중에서도 별도로 언급해야 마땅한 사례가 있다. 바로 거제도 노자산 골프장이다. 노자산은 천연기념물 팔색조 집단번식지이자 멸종위기식물 대흥란의 국내 최대서식지, 거제외줄달팽이의 유일서식지, 신종 거제도롱뇽의 핵심서식지이다. 무려 1000여종의 식물과 생태자연도 1등급 식생, 긴꼬리딱새 등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모인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그런 노자산의 원시림 100만평을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공놀이장을 하나 더 만들려는 이유로 모두 희생한다는 것이 계획의 뼈대이다. 물론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위의 생태적 가치가 다 누락되어
시민이 나서 보고서가 엉터리임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골프는 단일 스포츠 중 면적 요구량이 가장 크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을 요구하면서도 그 공간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가장 공간 낭비적 종목이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물과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 환경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장 큰 문제는 모두 잘 있던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미 개발된 땅을 사들여 골프장으로 만든 사례를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색깔만 녹색일 뿐,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자연 파괴적인 운동이 바로 골프이다. 고작 골프를 위해 이 땅의 생명과 자연을 헌납할 순 없다. 청개구리는 마지막으로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