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학자 데이비드 아이카드에게 아들이 말했다. “학교에서 로자 파크스에 대해 배웠어요. 발이 아프고 피곤해서 백인 승객에게 버스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대요. 킹 목사와 행진을 했고 비폭력을 지지했대요. 그런데 아빠, 표정이 왜 그래요?”
2020년 테드 강연에서 아이카드는 말했다. “로자 파크스는 발이 아프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다. 진작부터 흑인 인권운동에 관여했고 원래는 비폭력 노선도 아니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나 역시 그 학교 선생님처럼 알고 있었고 다른 분께도 가끔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옛날 칼럼에서 로자 파크스에 대해 썼는데 날짜에 맞춰 다시 쓰는 이유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생일이 1월15일이다.
킹에 대해서도 헛갈리는 것들이 있다. 첫째로 사생활 문제. 연방수사국(FBI)이 킹을 도청해 약점을 잡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지금껏 확인된 바는 그 도청이 불법이었다는 정도다. 킹이 공화당을 지지했다는 말도 있다. 조카 알베다 킹의 주장인데,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인 그의 말이니만큼 에누리해서 듣는 편이 좋겠다(아들인 킹 3세는 이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공화당과 지금 공화당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려나 지난해 <타임>의 지적처럼 킹이 살아 있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것 같지는 않다.
오해 또 하나. 킹이 맬컴 엑스보다 온건했고 1964년에 노벨 평화상도 받았기 때문에, 백인 주류사회에서 그를 반겼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백인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킹이 파업을 지지하고 베트남전쟁에 반대했기 때문에 더 미워했다. 1968년의 조사에서 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75%였다. 결국 그해에 킹은 살해당했다. 지금은 어떨까, 미국 백인들의 속마음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