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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산하의 청개구리] 하나라도 변화한 것이 있나

등록 2021-01-03 17:01수정 2021-01-04 02:07

김산하 ㅣ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새해 첫 월요일이다. 시작 중의 시작인 오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비록 지친 마음이지만 새 출발의 시점에 서서 이제부터 전개될 미래 앞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다사다난의 정점을 찍었던 지난 1년을 어렵사리 통과해 여기까지 잘 온 것만 해도 일종의 쾌거인지 모른다. 생존 자체가 당연시될 수 없는 이 시기를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이다.

예전엔 서로 새해 각오를 묻고 답했다. 그것이 우리 민족이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였다. 이제는 모두들 함구한다. 어차피 마스크에, 되도록 말을 아낀다. 그런 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어느 면으로 보나 그것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새로운 의지와 각오가 절실한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첩첩산중이라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엔 다들 동의한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던 작년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저 역경이 지나가고 힘든 일들이 다 사라지는 의미의 변화를 바란다면, 그것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세월이 해결해주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의 진행일 뿐, 누군가 적극적으로 일구는 변화와 다르다. 게다가 처음부터 천재지변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한 문제라면, 그냥 두 손 놓고 변화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다리지 않으면? 능동적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럼 어떤 변화? 근본적인, 그러니까 거의 새판을 짜는 수준의 변화가 모든 곳,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라,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의 소용돌이에 지구 전체가 빠져 있는데도 이렇다 할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령 기후변화에 최소한의 대응을 한다면 다음 같은 모습이 쉬이 관찰되어야 정상이다. 대규모 산림 벌채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개발 사업은 진작에 금지되고, 화석연료 보조금과 석탄발전은 퇴출된 지 오래여야 한다. 한 공장에서 배출하는 것이 다른 공장에서 에너지로 활용되는 ‘산업 생태’ 모델이 업계에 일반화되고, 태양열과 지열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통기와 순환에 기초해 실내 온도조절을 하지 않는 건축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계절에 비해 과도하거나 문을 열고 하는 냉난방, 영업 종료 후에도 켠 간판이나 등, 공회전과 디젤차는 싹 사라지고, 탄소세가 붙지 않은 육류나 팜유 제품은 판매가 불가능해야 한다. 당일·총알·로켓배송 그리고 한 집 한 오토바이 배달 정책 등은 금지는 물론 질타의 대상이어야 한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정상이 되고, 성장과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경제 모델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 목록은 일어나야 할 무수한 변화 중 극히 일부이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라. 단 하나라도 실현된 것이 있는지? 전혀 없음은 물론 오히려 정반대로 악화되고 있는 사항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팬데믹이 사람과 동물 간의 접촉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지만, 동물을 직접 만지는 시설에 관한 규제도 소수의 의원과 시민단체의 노력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어 겨우 지난달에야 새 계획이 수립되었다. 좋은 소식이지만 사안의 중대함에 필요한 변화치고는 너무 작고 오래 걸린 한 발짝이다.

요지는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 주변의 모습은 위기의 심각성에 비추어봤을 때 거의 무대응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이룩한다는 2050년은 지금으로부터 여섯 정권 뒤의 얘기이다. 그 목표에 약간이나마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권마다 반드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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