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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손석우의 바람] 공기의 무게

등록 2020-12-20 17:56수정 2020-12-21 02:40

손석우 ㅣ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태초의 지구 대기는 수소와 헬륨 같은 매우 가벼운 물질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너무 가벼운 나머지 금세 흩어지고, 화산 폭발과 미행성 충돌이 만들어낸 수증기, 이산화탄소 그리고 질소 등이 원시 대기를 채우게 되었다. 물은 수증기 형태로만 존재했는데, 지구 자체가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지나 지구가 식으면서 수증기는 물로 변했고 결국 바다가 만들어졌다.

바다의 출현은 대기의 구성 물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원시 바다가 차츰 대기를 뒤덮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으로 살아가는 해조류의 출현을 도왔고, 해조류는 이산화탄소를 소비함과 동시에 산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즉 산소가 원시 대기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지구의 진화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초부터 지구 대기는 다양한 물질로 구성되었고, 이들 구성 물질은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생뚱맞은 질문일 수 있다. 공기는 얼마나 무거울까? 어쩌면 반대가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아무도 공기의 무게를 못 느끼니. 공기는 얼마나 가벼울까?

사실 공기는 매우 무겁다. 질소와 산소 하나하나는 하늘에 떠 있을 만큼 매우 가볍다. 그런데 지구 대기 중 질소와 산소는 많아도 너무 많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손바닥을 펼치면 약 200㎏의 공기가 손바닥을 누른다. 한 평 땅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33톤에 해당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프리카코끼리를 생각해보자. 다 성장한 아프리카코끼리의 몸무게는 보통 5~6톤 정도다. 한 평 땅을 누르는 공기의 무게는 코끼리 5마리의 무게와 맞먹는 셈이다.

놀랍게도 생명체는 공기의 무게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다. 손바닥에 작용하는 공기의 무게 혹은 힘은 위아래 모든 방향에서 작용하는데,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그만큼의 힘을 외부로 가하면서 평형을 이룬다. 이 때문에 공기 중 혹은 수중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

적은 양이지만 공기의 무게는 시시각각 변한다. 일기예보를 통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 저기압과 고기압. ‘기압’은 단위 면적당 공기의 무게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저기압은 공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 고기압은 공기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을 나타낸다. 중요한 것은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그러나 물과 달리 공기는 직진하지 않는다. 고기압에서 시계방향으로 불어나가고 저기압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모여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기압과 저기압의 차이가 클수록 공기의 흐름 즉 바람은 강해진다.

간혹 저기압이 급격히 가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폭탄저기압이다. 폭탄저기압은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학술용어로, 태풍처럼 강하게 발달하는 저기압을 일컫는다. 보통 겨울철과 봄철에 동해에서 일본 북동쪽 해상에 걸쳐 발생한다. 지난주 첫눈과 함께 찾아온 때 이른 한파가 바로 이 폭탄저기압 때문이었다. 한반도 북서쪽에 고기압이, 일본 북동쪽에 폭탄저기압이 발달하면서 강한 북풍이 발생했다. 한반도 북쪽 찬 공기가 강하게 남하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강추위가 발생했다.

공기의 무게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정량적으로 측정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파스칼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그 유명한 말을 남긴 파스칼.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기상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의 업적을 기려 기압의 단위로 파스칼을 사용한다. 일기예보에 필수적인 지상 일기도는 실상 공기의 무게를 지도로 그린 것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공기의 무게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곧 일기예보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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