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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안재승 칼럼] ‘동네북’ 임대차 3법, 더 강력해져야 한다

등록 2020-11-16 13:52수정 2020-11-17 02:08

임대차 3법이 동네북 신세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임대차 3법이 전세난을 불렀다고 연일 비난을 쏟아낸다. 과연 그럴까? 임대차 3법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져야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안재승 ㅣ  논설위원실장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동네북 신세다. 보수 야당과 언론이 임대차 3법이 전세난을 불렀다고 연일 비난을 쏟아낸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지난 7월30일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세입자의 권리는 집주인의 말을 따를 권리밖에 없었다. 휴대폰에 집주인 번호만 떠도 심장이 철렁였다. 집주인이 무리한 요구를 해도 항변 한마디 못 하고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물론 세입자의 처지를 배려하는 좋은 집주인들도 있다. 하지만 착한 집주인을 만나는 행운에 집 없는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맡기는 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불평등한 관계를 바로잡아 전체 국민의 절반(전국 42%, 수도권 50%)에 이르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높이는 것, 임대차 3법의 입법 배경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돼 세입자는 2년 전세 계약을 한번 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2+2’다. 이삿짐을 싸지 않고 아이를 같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보내려면 3년은 한집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스 등은 계약 갱신에 횟수 제한이 없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사실상 무기한이다. 일본은 20년을 보장한다. 4년 보장이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셋값 인상률에 ‘5% 상한선’도 두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과도하게 오르는 것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다. 올해는 10월까지 0.5% 올랐다. 5% 제한이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덕분에 기존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들은 적어도 4년은 마음 편히 살 수 있게 됐다. 전세 시장에서 기존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비중이 대략 6 대 4 정도다. 60%의 세입자가 주거 안정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신규 계약이다. 전월세상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제멋대로 올려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 강남이나 마용성 같은 인기 지역의 고가 전세가 특히 그렇다. 언론이 전하는 전셋값 급등 사례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전셋값이 수억원씩 올랐다고 한다. 상승률이 30~40%에 이른다. 이걸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제도 변화의 과도기적 허점을 악용해 폭리를 챙기는 일부 집주인들의 ‘탐욕’을 지탄할 일이지, 애꿎은 임대차 3법을 탓할 일이 아니다.

임대차 3법이 반쪽짜리가 된 것은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 신규 계약 문제는 처음부터 예견됐다. 임대차 3법 논의 과정에서 신규 계약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라는 집주인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레 몸을 사렸다. 데이터를 수집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원인도 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은 8월4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신고 시스템 구축이 늦어져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내년 6월로 미뤄졌다. 전월세신고제는 계약 내역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주택 실거래가처럼 전월세 시세도 투명하게 드러난다. 신규 계약에도 5% 상한선 적용이 가능해진다.

임대차 3법의 보호를 받는 세입자들도 2년 뒤에는 신규 계약을 해야 한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대폭 올려도 속수무책이 된다. 전세 시장이 지금보다 몇배 이상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전월세 신고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이라도 기존의 확정일자 제도 등을 통해 전월세 가격을 파악해야 한다. 계약 갱신 청구 횟수도 늘려야 한다. 최소 두번으로 늘리면 시스템이 구축돼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가 쌓일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2+2’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중 가장 소극적인 방안이었다. 6년 보장안(2+2+2)과 9년 보장안(3+3+3)도 있었다. 신축 주택이나 집주인이 처음 세를 놓은 경우에 적용할 표준임대료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내년 6월 전월세신고제 시행에 맞춰 제도 보완이 치밀하고 빈틈없이 이뤄져야 임대차 3법이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르면 18일 전세 대책을 발표한다. 내년 1분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전세 시장 안정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중산층용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임대차 3법을 제대로 보완해야 한다. 민간임대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임대차 3법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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