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잡는 데는 관심이 없고 세금을 더 걷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도 부작용만 낳고 정작 효과는 없는 대책들을 풍자하고 비꼬는 것이지 애초부터 정부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의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간의 미숙한 대책이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금태섭
김용태 ㅣ 정치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30대의 영끌이나 홍남기 부총리의 임차인 위로금도 있겠지만, 저에게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건 군대 병장들의 주식과 부동산 열풍입니다. 지금 병장들 사이에는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 열공이 아니라 이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식과 부동산 열공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블루보다 더 우울한 코리아 블루입니다.
금 전 의원께서는 제가 전한 시중의 얘기, “정부가 집값 잡는 데는 관심이 없고 세금을 더 걷고 싶은 것일 뿐”이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며 단지 정부의 효과 없는 대책을 풍자하고 비꼬는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는 자기만의 이념과 지식에 입각하여 부동산을 잡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번번이 실패하자 아예 세금을 더 많이 거두고 이를 국가가 국민에게 나누어주자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판단합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섰다면 당장의 비판과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미 실패가 확정된 정책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급등은 정책 실패가 아니며 아직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과연 정부 체면이나 정책 일관성 때문에 실패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일까요?
세상살이에는 선뜻 인정하기에 불편한 진실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외면하면 할수록 모순이 쌓여 현실은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은 언제 집을 살까?”라는 질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질문에 너무도 명쾌한 답을 갖고 있습니다.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자 대상이 아니다.” 관념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신성한 거주 공간인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것이 전문 투기꾼이든 일반 국민이든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왜 집을 사냐고 물어보면 뭐라 답할까요? 솔직하게 대답해봅시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까 집을 사는 것,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집 사는 이유일 겁니다. 일부 돈 많은 사람들에겐 집이 투기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에게 집이란 거주의 공간이자 소유의 대상이며, 내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자 자산을 불려주는 투자의 수단입니다. 거주와 교육 환경이 좋고 좀 더 크고 새로 지은 집으로 옮겨가기 위해 내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며 죄악시되어선 안 될 인간의 본성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집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욕망을 인정하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분출되고 선순환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는 것입니다. 실물 경제에서 물가는 조금씩 안정적으로 오르는 것이 건강한 경제의 표상입니다. 나라 경제가 커지고 국민소득이 늘면 물가가 오르게 마련입니다. 집값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집값이 일반 물가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살고 싶은 집이 공급되도록 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부동산 대책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아무리 크다 해도, 공무원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시장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민간 재개발 재건축을 죄악시하며 민간 공급을 틀어막습니다. 부동산값 폭등 우려를 핑계 삼지만 재개발 재건축으로 돈 버는 꼴 못 보겠다는 생각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러나 공급 부족은 가격 폭등으로, 세금 폭탄은 또다시 매물 부족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민간의 재개발 재건축 시장을 열어 민간이 원하는 주택 공급을 늘리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낮추어 기존 주택의 매물 공급을 늘리는 주택 공급 선순환 정책으로 과감히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한편, 도를 넘는 개발초과이익은 정부가 적절한 방식으로 환수하여 또 다른 공급에 투입하는 선순환 정책이 필요합니다. 여러 이유로 집 살 형편이 되지 않는 국민들, 특히 청년들을 위해 이들 눈높이에 맞는 공공주택, 그것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을 보장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늙어가듯이 세월이 흐르면 도시도 낡아갑니다. 1인가구 비율도 30%를 넘어섰습니다. 청년들의 기호와 필요에 맞추어 구도심을 중심으로 접근성이 좋은 고밀도 집적개발을 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이 워낙 초미의 관심사이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이수정 박사의 스토킹 범죄 방지법을 반대할 리가 있겠습니까? 비록 원외이긴 하지만 보탬이 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트럼프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렇다고 미-중 패권전쟁이 약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격화되는 미-중 대결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