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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리의 칼럼] 전태일 / 김훈

등록 2020-11-02 04:59수정 2020-11-02 07:15

1970년 7월7일 대통령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했고, 같은 해 11월13일 노동자 전태일은 분신했다. 경부고속도로 공사는 평균 이틀에 1㎞씩 전진하면서 428㎞를 887일 만에 완공했다. 이 저돌적 토목공사는 최단 공기, 최소 비용, 최다 인명피해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로가 개통되던 날 박정희는 공사 중 사고로 사망한 ‘산업전사’ 77명의 위령탑(금강휴게소)을 제막했다.

경부고속도로의 공사 추진 방식은 강고한 이념으로 굳어져서 후세를 지배했다. 이 이념의 뼈대는 성과지상주의, 이윤의 극대화였고, 행동방식은 결사돌파 육탄돌격이었다. 인명손실은 부수적 피해였다. 1970년 7월7일은 박정희 개인사의 빛나는 날이었다.

노동자 전태일은 1970년 8월9일의 일기에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자”고 썼다. 그는 가진 자의 폭압과 사회의 무관심에 절망했고, 평화시장의 어린 기능공들을 혈육의 정으로 사랑했다. <전태일 평전>(조영래 지음)은 그가 자신의 죽음을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시대의 희생 제단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던 마지막 날들의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절망을 저항으로 전환시켰고, 저항의 연대를 이루어냈고, 시대 전체를 지배하던 경부고속도로의 이데올로기를 밀쳐내고 인간의 공간을 확보했다.

전태일은 22살에 죽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고, 노동의 현실은 다시 지옥 같은 참상에 처해 있다. 어쨌거나 박정희는 뜻을 이루었다. 산업화를 이루었고 육탄돌격과 이윤지상의 시대를 이루었다.

전태일은 몸에 불이 붙을 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은 유언이 아니라, 오늘의 노동 현실을 향한 예언처럼 들린다. 그의 50주기를 앞두고 이런 글을 쓰는 일은 진땀 난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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