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우리는 지금 멸종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가 파괴적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지구온난화가 미칠 영향을 기다려보라.
지구는 하나뿐이다. 그 지구가 기후파괴를 겪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100%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산화탄소 농도 급증이 온도 상승을 일으켰다.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420ppm으로 올랐고, 평균기온은 1.1도 상승했다.
1.1도가 큰일인가? 큰일이다. 지난 13만년 동안 지구는 평균 2도 이상 오른 적이 없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이래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백만년 동안 4도 이상 오른 적도 없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온 이래 없었다는 것이다.
2020년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재난은 겨우 1.1도의 여파다. 크게 4가지다. 가뭄, 폭풍, 산불, 해수면 상승. 1) 가뭄은 지중해 주변과 중동이 심하다. 바그다드는 지난달 52도를 기록했다. 2) 한반도는 폭우와 태풍 피해가 컸다. 이번 여름비는 앞으로 심화될 이상기후의 예고편이다. 3) 작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절반이 탔고, 지금 아마존과 시베리아, 캘리포니아가 타고 있다. 4)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해안 지역이 잠기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세기말까지 3도가 오를 것이며, 각 나라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4도에서 5도까지 오르리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면 어떤 세상이 닥칠까?
이미 8억2천만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기후위기는 기근을 가중시킬 것이다. 2050년에는 약 3억4천명이 홍수의 위협을 받을 것이며, 37억명이 극한 가뭄을 겪을 것이다. 그 결과 최대 10억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평균기온이 3도 오르면 체감온도는 7.5도 오른다. 2100년에는 인류의 3분의 1이 치명적인 폭염 속에 살 것이다. 사회적 붕괴가 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예측이 여태까지의 자료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온난화 과정에서의 피드백 루프와 티핑 포인트를 고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린란드 얼음 속에는 막대한 양의 메탄이 내장되어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1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서 메탄이 퍼지면 온난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피드백 루프다.
또 얼마 전 시베리아에서는 거대한 싱크홀이 발견됐다.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하 세계로의 통로가 열린 것이다. 싱크홀을 통해서도 막대한 메탄이 빠져나온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의 시점이 티핑 포인트다. 연구자들은 2도가 오르면 불가역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 4, 5도로 가는 것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향후 10년에 인류 문명의 존속이 달렸다. 매년이 중요하다. 하지만 2015년 파리협정 이후에도 인류는 매해 탄소배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바뀐 게 없다.
대한민국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증가율은 1위다. 문재인 정부가 그린 뉴딜이라고 내놓은 것에는 탄소배출 절감 목표조차 없다. 오히려 석탄발전소를 더 짓고 있다. 무책임한 정도가 아니라 극악무도하다. 이 정도면 국가가 국민, 특히 2050년 이후를 살아갈 밀레니얼 이하 세대와의 사회적 계약을 파기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주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정부에 2050년 온실가스 넷제로 목표 설정을 요구했다. 턱도 없다. 2025년까지 넷제로 달성해야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보는가? 작년만 해도 국가가 국민에게 마스크 쓰고 가게 문 닫으라고 강요하는 건 말도 안 됐다.
재난은 긴급하고 총체적인 변화를 정당화한다. 정부는 당장 기후재난 사태를 선포하라. 코로나 이상의 경각심으로 행동하라. 우리는 반드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