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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리의 칼럼] 제2차 재난지원금 / 김훈

등록 2020-09-07 04:59수정 2020-09-07 07:18

전 국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 국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나는 내 필경업이 농업이나 어업처럼 제1차 산업에 속하는 밥벌이의 노동이라고 생각해 왔다. 나는 근로소득으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노동의 대가가 아니면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다는 운명과 정서가 나의 심신에 각인되어 있다. 나는 고단했지만 가난하지는 않았다.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지금 내 신산한 노동의 세월과 세상의 불평등을 중언부언하려는 것이 아니고, 난 5월에 받은 긴급재난지원금 80만원(3인 가구)의 의미를 말하려 한다.

이 80만원은 나에게 국가와 국민, 노동과 소득의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영역을 생각하게 했다. 이 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고, 피해 보상이 아니고, 의로운 행위에 대한 포상이 아니다. 나는 공적 부조를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 이 돈은 노동의 유무, 재산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고루 나누어 주었으므로 아무도 노동을 하지 않았지만 불로소득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정부의 돈은 모두 국민이 낸 것이므로, 내가 받은 돈은 공돈이 아니고, 눈먼 돈이 아니다. 이 돈은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현금으로 지급되었으므로 더 많은 소비를 유발할 수 있었다. 국가 대 국민의 관계는 정부 대 개인의 관계로 진화할 수 있고, 뼈를 갈아 바쳐야만 겨우 먹고살 수 있는 노동은 신성하지 않고, 국민이 정부의 곳간을 가득 채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정부도 국민의 지갑 속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을 지난번의 80만원은 깨우쳐주었다.

정치권에서 추석 전에 2차 재난지원금을 줄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의 재난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있다. 이것은 처음 보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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