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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종부세 정상화 / 안선희

등록 2020-08-17 17:40수정 2020-08-18 02:40

안선희ㅣ경제부장

“…세금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1인 1가구 주택보유자로 장기간 거주한 주민이 부동산투기를 한 것도 아닌데, 당국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을 폭등시켜놓고 책임은 죄 없는 국민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려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인터넷카페, 김명수 지음 <내 집에 갇힌 사회>에서 재인용)

지난 4일 여당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비롯한 부동산 세법들을 통과시키고 난 뒤 일어난 반발 여론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종부세법을 도입한 뒤 나타났던 저항 움직임이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세금폭탄론’이 쏟아졌고, 보수단체들은 ‘조세저항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종부세 철회 운동을 펼쳤다. 종부세 폐지를 위한 거리시위, 입법청원, 서명운동 등도 나타났다. 위헌소송도 제기됐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압승을 거둔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종부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에는 위헌 결정을, 1주택자 과세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조정, 세율의 대폭 인하, 개인별 합산으로의 전환, 1세대 1주택 고령자·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감면 등을 담아 종부세법을 개정한다.

종부세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종부세 과세 인원과 결정세액은 2007년 48만2622명, 2조7671억원에서 2009년 21만2618명, 9677억원으로 절반 아래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에야 종부세 개편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다. 이미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지 훨씬 뒤였다. 정부는 2018년 9·13대책으로 한차례 종부세율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지난달 7·10대책을 통해 세율을 더 강화했다. 이제 명목세율은 참여정부 시절과 비슷해졌다. 10여년 만에 겨우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후 나타나고 있는 양상은 참여정부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민 조세저항 운동’이 벌어지고 매주 집회가 열린다. 미래통합당과 보수 성향 언론들이 일제히 세금폭탄론을 펼치고, “죄 없는 국민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려 한다”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강화는 투기 수요를 억제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뿐 아니라,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산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필수적인 조처다. 우리나라의 자산 집중도(2017년 기준)는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2.1%를, 상위 1%가 순자산의 28.8%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심각하다.(전병유, ‘한국에서의 자산 축적과 자산 격차’) 최근 몇년 사이 부동산값 상승으로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여전히 0.15% 안팎 수준으로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 실효세율 1.0%에 도달하겠다고 제시했던 목표 연도가 2017년이었다. 낮은 보유세, 부동산투기 수요 증가, 부동산값 급등, 자산격차 확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무주택자인 ㄱ씨는 집을 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저축은 걷는데 집값은 뛰어가더라”고 말했다. “저축해놓은 돈으로는 항상 부족했다. 대출을 하려니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또 뛰어 있었다.” 그는 “주변 집 가진 사람들을 보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평소 합리적이고 선해 보이던 사람들도 집값 이야기만 나오면 그렇게 변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에 걸맞은 세금은 내기 싫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자산격차가 한없이 벌어지는 것을 방치하자는 것과 같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투자가 아이들의 출발선을 다르게 하고 결과적으로 학력과 직업을 가르는 사회가 됐다는 개탄이 쏟아졌던 것이 엊그제다. 이제는 같은 직장에서도 집이 있느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는 사회가 됐다는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종부세 정상화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방향을 돌리기 위한 한 걸음일 뿐이다.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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