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7번 출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고층빌딩들이 하늘에 닿을 듯하다. 지하공간에는 삼성갤럭시, 삼성딜라이트, 영삼성의 신제품 매장이 이어져 있다. 이 삼성타운 맞은편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외과들이 모여 있다. 이 일대는 ‘강남 사모’, ‘강남 언니’들의 아름다움의 고향인데, 요즘에는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
7번 출구 옆에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은 1023일 동안, 천막 속에 모여서 농성을 계속했다. 천막의 크기는 택시 2대 정도였다. ‘반올림’은 2018년 7월에 농성을 끝내고, 이 자리를 ‘삼성피해자공동투쟁’에 물려주었다. ‘공동투쟁’은 천막을 택시 3대 크기로 늘렸다. 관할 구청은 이 남루한 불법 노상 적치물을 철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속내를 나는 모른다.
삼성에 의한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조합, 철거민, 암환자 단체들이 이 거리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스피커로 억울함을 절규하고, 경찰들이 소음 정도를 측정한다.
성형타운 앞 시시티브이(CCTV) 철탑 위에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는 355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이 철탑 위의 시시티브이는 24시간 이 거리를 사진 찍고 있다.
온갖 욕망과 아우성, 번영과 소외, 첨단과 낙후가 뒤엉킨 이 거리는 올 때마다 평온하고 질서 잡혀 있다. 점심시간에는 회사 신분증을 목에 건 젊은 직장인들이 맛집 앞에 줄을 선다. 네거리 신호등에 따라 자동차들은 정확하게 움직이고 배달 라이더들이 코너링한다. 이 거리의 아우성은 듣는 이가 없어서 적막하고, 모든 표정들이 모여서 무표정하다. 나는 이 거리가 난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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