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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손석우의 바람] 다시 바람이 분다

등록 2020-07-05 22:38수정 2020-07-15 17:42

손석우 ㅣ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구온난화, 초등학생들도 아는 환경 문제이자 사회경제적인 문제이다. 온실기체가 주범이며 가장 중요한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수증기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온실기체로서 이산화탄소의 중요성은 19세기 산업혁명 때 대두되었다. 그러나 가설이 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과학자들은 온실기체의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원인일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학에는 100%가 없기 때문에 일말의 부정적인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기후 변화를 동반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최근 더 빈번해진 집중호우와 더 강력해진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일례로 6월 말 장맛비는 거의 태풍급이었다. 6월30일 강릉에 발생한 집중호우는 110년 기상관측 역사상 6월 기준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7월 중순 장마가 물러가면 이제는 전례 없던 폭염이 기다리고 있다.

기온과 함께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바람이다. 흥미롭게도 북반구 넓은 지역에서 2000년대 후반까지 풍속이 10% 내외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풍속의 감소가 뚜렷하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물론 온난화에 의한 바람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지표 상태의 변화가 더 직접적인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공적인 숲 조성이 지표 마찰을 증가시켜 풍속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풍속의 변화는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국민 대다수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미세먼지.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풍속이 약할수록 높다. 지표 근처의 미세먼지가 바람에 의해 섞이지 않고 그대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2012~16년 사이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가 약하지만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인 적이 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상승하면서 미세먼지 정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심지어 정치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미세먼지의 증가는 일시적인 풍속의 감소가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연하게도 바람은 풍력 발전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다. 풍력 발전량은 보통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풍속의 작은 변화가 급격한 발전량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풍속의 감소가 지속된다면 금세기 말 풍력 발전량이 전세계적으로 약 2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온실기체 저감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풍력 발전의 효율성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풍속이 5% 정도 강해졌다. 한반도에서는 그 경향성이 뚜렷하지 않지만 북반구 전역에서 풍속의 강화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대기와 해양의 순환이 자연적으로 바뀌면서 바람이 다시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간의 변화를 역행하고 있는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바람의 회복은 풍력 발전에 희소식일 수 있다.

바람의 변화는 기온과 강수에 비해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았다. 관측 자체가 어렵다 보니 장기간 신뢰할 만한 자료도 많지 않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도 미진한 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후변화는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가질 수 있다. 이는 곧 강수량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온은 바람의 위치와 강도를 결정한다. 기온의 분포가 바뀐다면 바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바람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단순히 도시와 산림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그 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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