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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영끌 대출’ / 김회승

등록 2020-06-29 16:52수정 2020-06-30 02:41

은행이 대출을 할 땐, 현재 소득 수준과 자산을 기준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을 따진다. 소득의 경우, 원리금 상환액 비중(DSR)이 40%를 넘으면 대출을 제한한다. 예컨대 500만원 월급쟁이가 매달 200만원 이상 원리금을 부담할 순 없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비금융 자산의 담보 가치도 따진다. 과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소득과 거의 연계하지 않았다. 담보 평가액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7억~8억원까지도 대출을 내줬다. 지금은 부동산 담보 평가액이 훨씬 짜다. 적정 소득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출액은 더 줄어든다.

한국은행은 매년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를 집계해 발표한다.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40%를 넘고, 자산을 다 합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을 고위험 가구로 분류한다.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은 것으로 보고, 부실 위험과 추이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자산 기준에 부동산 등 실물자산(평가액)을 포함시킨 건 2017년부터다. 우리나라는 실물자산 비중이 60~70%로, 다른 주요국(20~40%)에 견줘 크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부채가 많은 고소득 자산가들이 고위험 가구로 분류되는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가 강화된 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기)에 관한 정보가 더 늘었다. ‘무주택 3억원으로 서울에 9억원짜리 아파트 바꿔타기’ 같은 내용들이다. 최대한의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을 더하고, 보험상품 약관대출을 받는다. 끝으로 가족과 친인척 도움까지. 이렇게 자기 재산의 3~4배까지 레버리지(부채효과)를 한껏 끌어올리는 것이다. 영끌 대출의 주력은 30대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최근 2년간 시중은행 주담대 중 30대 대출액이 103조원으로 전체(288조원)의 35.7%로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 주담대 부동의 1위는 40대였다.

영끌 대출은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나는 역대급 저금리인 현 이자율이 계속 유지되고, 동시에 집값은 원리금 상환액에 비용과 세금을 합친 것 이상으로 계속 올라야 한다. 현재 소득으론 도저히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데, 청약과 대출 기회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결국엔 빚내서 집 산 이들에 뒤처진다는 초조감을 탓할 순 없다. 하지만 아슬아슬하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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