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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거리의 칼럼] 개학 / 김훈

등록 2020-06-08 04:59수정 2020-06-28 16:21

내가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다닐 때, 소백산 언저리의 작은 초등학교에 갔더니 5학년 남자아이가 말하기를, 방학 때는 동네에서 신나게 놀고 개학 때는 학교에서 신나게 놀기 때문에 방학도 좋고 개학도 좋다고 했다. 나는 한참 웃었다.

나는 아이들을 구경하려고 동네 학교에 가끔 간다.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이 학교에 처음 오는 날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끼리 잠깐 낯가림을 하다가 금세 서로 친해져서 논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속에는 기쁨이 쟁여져 있어서 걷고 뛰고 노는 몸의 율동으로 표출된다.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학부모들은 스스럼없이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아이들이 이 친화력을 매개한다. 1학년의 학부모들은 긴 교육과정의 1학년들이다. 풋학부모들이다. 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사람이 사는 일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귀함을 저절로 안다. 이 ‘앎’은 지식이나 개념이 아니고, 나 자신의 바뀜이므로 ‘앎’이 아니라 ‘전환’이라고 말해야 옳다. 이것은 책을 읽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논증할 수 없다.

고등학교 마당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은 한 골 넣으면 좋아서 날뛰고 소리치고 끌어안고 뒹군다. 겨울에는 머리통에서 김이 난다. 남녀 학생이 섞여서 공을 차기도 하는데, 여학생도 처지지 않는다.

코로나의 기세가 아직도 센데, 전국 학교가 살얼음 밟듯이 개학했다. 내가 나의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면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처럼 좋아할 수만은 없을 터이므로 나는 나의 기쁨을 부끄럽게 여긴다. 이럴 때는 정은경 본부장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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