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 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I can’t breathe.”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눌린 채 죽어가면서 외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로, 미국의 상황을 조롱한 것이다. 아래에는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을 비난하며 올렸던 트위터 글을 붙여놨다. ‘전세계의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은 홍콩인들과 했던 약속을 어기는 중국 공산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
요즘 중국 관영언론에선 시위 보도가 넘쳐난다. 군중시위를 금기시하는 중국에서는 참으로 이례적인 광경이다. 물론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다. 올해 31주년을 맞은 천안문 시위나 홍콩 시민들의 보안법 반대 시위는 보도 금지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은 항상 중국에 민주와 인권을 훈계해왔다. 이제 중국이 미국에 민주를 훈계하는 시대가 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미국은 홍콩 경찰의 절제되고 문명적인 법 집행은 비난하면서 국내 시위에 대해서는 총을 쏘고 주방위군까지 동원하냐”며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비난했다.
중국 인터넷에도 미국 민주주의의 허상과 위선을 비웃는 글과 사진, 동영상이 넘쳐난다. <신경보> 사이트의 미국 시위 특집기사 아래에는 “미국은 인권을 상실했다” “미 제국주의는 죽어가는 자본주의”라는 댓글이 붙어 있다.
가끔은 중국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글도 올라온다. 관영언론들이 화춘잉 대변인의 ‘I can’t breathe’ 트위터 내용을 자랑스럽게 보도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I can’t tweet”(트위터를 할 수 없다)란 댓글을 달았다. 인터넷 통제로 중국 국내에서는 트위터에 아예 접속할 수 없는데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을 비판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물론 이런 글들은 곧바로 삭제된다.
백악관 앞 시위대 머리 위로 공격용 헬기들이 위협 비행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에 대해 중국을 비판하던 말들은 공허해진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국제적 비난에 고심하던 중국 당국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국을 봐라, 우리보다 나을 게 뭐냐’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하지만 한 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게 나라냐”고 외칠 수 있는 권리는 강요된 침묵보다 훨씬 소중하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