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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 김태권

등록 2020-06-04 17:42수정 2020-06-04 19:52

육삼정의거 준비하던 백정기(1896~1934)
육삼정의거 준비하던 백정기(1896~1934)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 1924년 일본에 들어가 시설 파괴 공작을 벌였다. 일본 임금을 암살할 계획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 건너가 1925년 총파업에 참여한다. 노동운동을 하느라 공장에 위장취업도 했다. 몸이 상해 폐결핵으로 1929년에 죽을 고비를 넘긴다. 1932년에는 ‘흑색공포단’을 결성해 사보타주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1931년에 만보산사건이 있었다. <조선일보>의 오보 때문에 한국 땅 곳곳에서 한국사람이 중국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는 폭동이 일어났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 운동가는 입장이 난처했다. 흐름을 바꿀 계기가 필요했다. 1932년 상하이에 일본 임금이 오자 백정기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날 훙커우 공원에 들어가 폭탄을 던진 사람은 따로 의거를 준비하던 윤봉길이었다.

1933년에 백정기는 새로 암살을 계획한다. 일본 쪽 요인들이 ‘육삼정’에 모일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습격을 준비하던 중 체포된다. 배신당했다는 말도 있다. 감옥에서 숨을 거둔 날이 이듬해 6월5일이다.

요즘 나는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민족주의 없이 인간해방의 운동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아나키스트였던 백정기의 투쟁에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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