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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긴즈버그 판사의 명언

등록 2020-04-23 18:20수정 2020-04-24 09:31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2010년에 미국 현역 최고령의 판사가 되어, 지금도 여든일곱으로 역대 네번째로 나이가 많은 대법원 판사로 재직한다. 여러 차례의 항암 치료와 수술을 겪으면서도 법정을 떠나지 않으며 지킨 기록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건강과 나이를 고려하여 은퇴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굳게 물리치고 있는 것은 차별을 견디며 법복을 입은 뒤 그 차별을 철폐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리라 추측한다.

20세기의 후반에도 미국에서 여성에게 법조계 문은 열기 힘들었다. 500명 정원의 하버드 법대에 들어간 아홉명의 여자 신입생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학장은 “왜 하버드 법대에 와서 남학생들의 자리를 빼앗았냐?”는 환영사를 늘어놓았다. 뉴욕에서 직장을 잡은 남편을 따라 컬럼비아 법대로 전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하였음에도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은사가 그를 고용하지 않으면 다시는 졸업생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공언을 함으로써 그는 간신히 법조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이후 법학 교수로 재직하며 남성에 비해 적은 보수를 감수하면서도 학술활동을 통해 여성의 법적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변호사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여러 차례의 성차별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군사학교의 문호를 여성에게도 개방하게 만든 소송도 이끌었다. 마약 소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13살 소녀의 속옷을 벗기는 것을 허용한 재판부에 대해서 그들은 13살의 소녀가 되어본 적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런 모든 공적을 인정받아 긴즈버그는 1993년 대법관에 임명되었다. 이후 한 강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아홉명 정원의 대법관 중 몇 명이 여성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 대답은 언제나 아홉명입니다.” 이곳에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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