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l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반문화란 기존의 권위에 저항하는 운동을 가리킨다. 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는 여러 가지 국내적, 국제적인 상황과 맞물리며 특별한 파장을 낳았다. 그것의 두 축은 미국 내의 인종차별과 성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한 시민권 운동과 베트남 참전에 대한 반대였다. 그것은 인습을 벗어난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경향과 어우러지며 실험 정신의 산실이 되기도 한 반면, 환각제를 복용하더라도 개인 심리의 안정을 추구하는 다소 퇴폐적인 히피 문화를 배태하기도 했다.
이런 시대적인 반문화를 영화계에서 구현했던 인물이 스티브 매퀸이었다. 첫돌도 지나기 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 구타를 일삼은 계부들은 어린 스티브에게 반항의 심리를 심어놓기에 충분했다. 갱단과 어울리며 잡범을 저지르던 그는 교도소나 소년원 같은 시설을 들락거렸다.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해병대에서였다. 처음엔 탈영도 마다하지 않던 문제 사병이었지만 규율을 지키고 스스로를 향상시키겠다고 마음먹은 뒤부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빙판에 빠지던 탱크에서 동료들을 구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트루먼 대통령을 경호하는 일까지 수행한 뒤 그는 전역했다.
연극 무대와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단역으로 전전하던 그에게 기회는 프랭크 시나트라로부터 왔다. 그를 좋게 본 시나트라가 그의 영화에서 클로즈업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게 만든 뒤 그는 호평을 받았고,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황야의 7인> <대탈주> <빠삐용> <타워링>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대성공을 거두었다. 스피드광이었던 그는 스턴트 연기에도 대역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대 중반에는 영화에 4년 이상 출연하지 않았는데도 최고의 출연료를 유지할 정도로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에게는 촬영장에서 무료로 지급하는 물품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버릇이 있었다. 어렸을 적 머물렀던 그 소년원의 재소자들을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