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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케니 로저스, 그리고 조동진

등록 2020-03-26 18:22수정 2020-03-27 02:39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고약한 역병과 그보다 더 역한 메이저급 언론의 패역 덕분에 외국의 뉴스 채널을 더욱 자주 시청하게 된다. 나라마다 대통령, 수상이란 사람들이 나와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그것을 중계할 정도로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그런 와중에 케니 로저스라는 사람의 사망 소식이 자막으로 뜬다. 좋아하는 가수이긴 했지만 새삼스럽게 미국에선 인기가 엄청난 가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게 케니 로저스는 다른 어떤 가수를 떠오르게 만드는 연상 작용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 그 다른 가수가 조동진이다. 방송을 타지 않던 가수 조동진을 설득하여 방송에 나가도록 만든 과정에 연결되어 조동진과 알게 되었고 이후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해져 술자리도 같이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케니 로저스를 좋아한다는 세부적 사실은 물론 조동진의 음악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유학을 간다는 것은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을 뜻했다. 유학을 떠나며 동진이 형과의 관계도 끝났다. 관계가 끝났다고 취향이 바뀌랴? 조동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지인을 통해 2004년 콘서트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된 뒤 표를 끊었다. 옛 정취에 흠뻑 젖은 뒤 무대 뒤를 찾았다. 20여년이 지나 바뀐 모습의 나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과거를 더듬은 뒤 옛 얘기를 잠시 나눴다. 이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동진의 곡 가운데 ‘그’가 있다. 나는 그 노래의 전주가 록그룹 무디 블루스를 연상시킨다고 얘기했었다. 동진이 형은 그 노래가 싯다르타를 생각하며 만든 거라고 대답했다. “왜”냐는 나의 물음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에 대해서는 온갖 노래가 다 있는데 왜 석가모니에 대해서는 없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요즘 세태에 힐링이 될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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