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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전광훈과 광신도 / 안재승

등록 2020-02-24 18:10수정 2020-02-25 02:09

광신도(狂信徒)는 이성을 잃고 특정 대상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을 말한다. 애초 종교적 개념이었으나 지금은 이념, 개인, 집단 등으로 대상이 확장돼 사용된다. 자기 자신을 망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사회에 해악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1천여개 영어 단어의 어원을 다룬 책 <교양영어사전>을 보면, 광신도(fanatic)의 10가지 특징이 나온다. 영국 심리학자 맥스웰 테일러의 <광신도들>(The Fanatics)에서 인용한 것이다.

광신도는 다른 모든 일을 배제한 채 하나에만 집중하고, 세상을 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보며, 정상적 수준의 사회적 압력에 무감각해 사회적 표준에서 많이 벗어나고,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 기본적인 분별력이 없으며, 모순에 대해 무한한 관용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하는 일의 적합성에 추호의 의심도 없으며, 흑백 이분법을 사랑하고, 변화를 한사코 거부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광신을 유지시킬 수 있는 ‘하위 문화’에 탐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의 집회를 당분간 금지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감염병 예방법’에 근거한 조처인데,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이를 무시하고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광화문광장 집회를 강행했다. 8천여명의 참석자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지만 다닥다닥 이어놓은 의자에 바짝 붙어 앉았는데도 전 목사는 “야외에선 전혀 감염이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억지를 부렸다. 또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둥 “우리는 병 걸려 죽어도 괜찮아, 하늘나라가 확보된 사람이다”라는 둥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고 참석자들은 그때마다 “아멘”을 연호했다. 또 다른 목사가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우한 폐렴은 떠나갈지어다”라고 외치자 참석자들이 환호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서울시는 24일 전광훈 목사 등 관계자 10명을 고발했고 종로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채증 자료를 분석해 집회 참석자들도 추가 고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번 주말과 3·1절 집회에 최대한 많이 참석하라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아무래도 온전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 관련 기사 : 박원순 시장, ‘금지 경고’에도 집회 연 전광훈 목사 고발

▶ 관련 기사 : 이 와중에 밀어붙인 태극기 집회 “코로나19 야외에선 안전”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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