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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로마인들의 작명법(2)

등록 2020-02-06 18:04수정 2020-02-07 02:36

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그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역사 속의 인물을 넘어섰다. 이제 보통명사로 바뀌어 권력자, 독재자, 황제 등등을 뜻하는 말이 된 것이다. 훗날 로마의 거의 모든 황제에게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를 넘어 ‘카이사르’라는 명칭은 독일에서 황제를 지칭하는 ‘카이저’가 되었고, 러시아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차르’로 바뀌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역사의 연속성을 보여주게 되었다.

로마인들의 세 번째 이름인 ‘코그노멘’을 짓는 방식에는 그들이 생각했던 공적이나 명예에 대한 관념도 들어 있다. 어떤 군사 지휘관이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이끌어 승리를 거둔 뒤 그 지역을 로마의 영토에 편입시키면 그에게 그 지역의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 이름은 장군 출신에게 적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로마의 황제였던 게르마니쿠스는 게르만인이었다거나 그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었다. 게르마니아에서 큰 승리를 거둔 뒤 그런 이름이 붙었고, 이제는 그의 프라이노멘마저도 잊혔는데, 그는 그런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에게는 아프리카에 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제압한 뒤 ‘아프리카누스’라는 코그노멘이 추가되었다. 게르만족의 일파가 로마에 침입하여 약탈을 자행할 때 카피톨리노 언덕에서 성공적으로 그들을 방어한 마르쿠스 만리우스에게는 ‘카피톨리누스’라는 명예로운 이름이 덧붙여졌다.

그런데 장군이 아닌 문인에게 그런 이름이 붙었다. 바로 강직한 공화주의 웅변가이자 철학자 소 카토를 말한다. 그는 독재가가 되려던 카이사르에게 밀려 우티카로 도피한 뒤 그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 할복 이후 의사의 치료마저 거부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 그에게 ‘우티켄시스’라는 코그노멘이 붙었다. 그 자살이 카이사르의 폭정에 대한 카토의 승리를 의미한다는 로마인들의 명예에 대한 관념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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