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수 ㅣ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정부 출범 후 내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함구하다시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강성 발언을 쏟아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가 하면, 새해 기자회견에서는 급등 지역의 부동산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까지 내놓았다.
사실 현재까진 부동산 가격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적당히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18차례나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면, 규제지역·고가주택·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핀셋 규제’ 위주였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보유세 강화 정책도 규제지역과 다주택자 중심으로 ‘찔끔 증세’를 하는 방식을 취했을 뿐이다.
하지만 부동산값을 적당히 관리하고자 했던 문 정부의 의도는 저금리 정책에 따른 유례없는 유동성 과잉과 눈치 빠른 부동산시장 참가자들의 민첩한 행동을 당해내지 못했다. 투기 기법을 가르치는 고액 부동산 강좌가 인기를 끌고, 보통 시민들까지 부동산 강사를 따라 ‘아파트 투어’에 나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임대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임대주택등록제를 활용하여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투기를 벌이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부동산114’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 초 사이에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5억8524만원에서 8억2376만원까지 올라갔다. 3년 동안 40.8% 상승한 것으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86% 오른 것에 비하면 실로 ‘폭등’이다. 이미 서울 강남지역에는 3.3㎡당 1억원을 초과한 아파트가 여럿 출현했다. 민주화 이후 각 정권 전반기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1위를 차지했다. 항간에 ‘미친 아파트값’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부동산값의 원상회복을 말한 것은 위기감의 표출로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던 발언이 오류였음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부동산값이 떨어질 때 생기는 경제적 부작용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주지하듯 투기 발발로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초래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 불평등이 심해지고, 노동 의욕과 투자 의욕이 감퇴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부동산 투자 한번 잘하면 몇년 동안 벌어들일 소득과 수입이 생기는데, 누가 땀 흘려 노동하려 하고 어느 기업가가 위험이 따르는 생산적 투자에 열심일 수 있겠는가?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중하층의 소득이 부족해서 소비수요가 위축되고 그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보지만, 부동산값 상승이야말로 중하층의 소비수요를 위축시키는 주범이다. 주택 마련 비용과 주거비, 그리고 가게 임대비용이 늘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처지를 생각해보라.
부동산값 폭등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만 이롭게 할 뿐, 다수 국민과 나라 경제에 손해를 끼친다. 이는 경제정의에 위배될 뿐 아니라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그래서 대통령이 부동산값 원상회복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부동산값 원상회복을 어느 수준으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가령 갖은 수단을 동원해 서울 부동산값을 단시일 안에 정부 출범 당시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화끈하기는 하지만, 가능할지도 의문이고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커서 추천이 꺼려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원상회복의 기조를 완만한 하향 안정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둘째,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 투기 열풍을 잠재워야 한다. 셋째, 투기 근절에는 정공법이 최선이다. 그래야만 시장에 제대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핀셋 규제’, ‘찔끔 증세’ 같은 변칙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투기 근절의 정공법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대출규제,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시장 참가자의 행위를 특정해 제한하는 방법과는 유가 다르다. 사람들이 투기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거듭 보유세 강화 정책을 꼽을 수 있다. 투기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존재다. 보유세는 부동산 임대수익을 일정 부분 환수하고, 또 보유 비용을 무겁게 하여 투기적 보유의 동기를 약화시킴으로써 부동산값을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시장 참가자들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기가 어렵다는 전망을 갖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줄곧 보유세 강화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여기에는 이른바 ‘종부세 트라우마’가 작용했다고도 하고, 공연히 부동산 문제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선거에 지장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정공법을 빼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수술칼 여러번 찔러대는 돌팔이 의사처럼 되고 말았다.
보유세는 기득권층의 저항이 심한 세금인 만큼 제대로 강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분배하거나, 보유세와 함께 특권과세를 강화해 그 세수를 ‘요람에서 대학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재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다.
[‘집값 원상회복’ 왜, 과연, 어떻게?]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위한 끊임없는 대책’을 전제로 “(부동산값이 급상승한) 지역들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속내는 아닐지언정) 누구도, 3년 새 7억원이 오르고 25평에 10억이 넘는 집값을 정상이라 하진 않는다. (속내는 아닐지언정) 따라서 그 집값의 거품이 거둬져야 한다는 데도 이견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집값 원상회복’이란 구호가 하나의 여론으로 수렴되진 않는다. 오른 집값과 오르지 못한 집값 사이에서, 20·30세대는 생애 극복 못할 자본 격차가 발생했다고, 40·50세대는 자식들도 극복 못할 자본 격차가 발생했다고 할 법하다. 이것이야말로 정상사회라 할 수 없다. ‘집값 원상회복’을 ‘해석’부터 하여, 진영 간 상이한 해법까지 모색해본 이유다. 김원중 건국대 겸임교수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글을 나란히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