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ㅣ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그의 첫번째 강연 ‘자연 종교’는 이어질 강연들의 서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연 종교에 대해 가장 폭넓게 정의를 내린 것이었다. 두번째의 강연 ‘물리적 종교’는 자연 종교를 구체화한 사례의 하나로서, 다양한 민족들마다 어떻게 유한한 물리적 대상 뒤에 있는 무한한 존재를 느끼는지 논증한 것이었다. ‘인류학적 종교’란 민족들마다 영혼에 대한 믿음에 도달한 뒤 죽음 이후 그 영혼의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상상했는지 보이려는 것이었다. ‘심리학적 종교’란 신과 영혼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그 관계에 대한 참된 인식이야말로 참된 종교의 바탕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접신론’이라고도 말했다.
그에 대한 반박은 기독교의 목회자들로부터 나왔다. 한 장로교 교회의 목사는 그의 강연이 기독교 신앙을 전복시킬 뿐 아니라 범신론을 확산시킨다고 말하며 그를 연사로 선정한 주최 측까지 비난했다. 교황청에서 스코틀랜드에 파견한 가톨릭교회의 참사관 알렉산더 먼로는 그의 강연이 “신의 계시와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 자체에 맞선 십자군 전쟁”이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막스 뮐러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자신의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둔 학술적 논의를 펼친 것이었음에도 그의 교수직도 박탈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타났다. 오늘날의 결론은 막스 뮐러가 아니라 그에 대한 비판자들이 기독교의 편견에 차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최대 업적은 동양의 여러 언어에 대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인도학’을 확립했다는 데 있다. 실상 종교에 대한 연구도 언어 연구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의 연구는 불가분하게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의 연구와 연결되어 있고, 따라서 신앙의 체계와도 엮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어의 계보를 밝히기 위해 투라니아 어군을 제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막스 뮐러는 <독일인의 사랑>을 쓴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다. 그것이 그가 쓴 유일한 소설인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