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용
전국2팀 기자(환경 담당)
정부가 올겨울 최대 15기의 석탄발전소를 멈추기로 했다. 국내 석탄발전소가 60기이니 4분의 1이다. 지난 28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미세먼지 대책이다. 난방 에너지원이 대폭 전기로 전환되면서 2008년 이후 전력피크(수요량 최대 시점)는 겨울에도 나타난다. 수요가 적은 3~6월에 노후 석탄발전소를 잠시 멈추긴 했지만, 전력수요가 늘어난 겨울에 석탄발전소를 세우는 건 처음이다.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은 앞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국민 제안’ 형태로 권고했다. 2월까지 9~14기를 세우는 안이었으니 확정한 정부안과 비슷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석탄발전소를 겨울에도 세울 만큼 주요 사안이 됐다. 환경 문제가 에너지 문제를 압박해가는 형국이랄까.
그럼에도 정부 조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석탄발전소는 외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면 7기의 대용량 석탄발전소가 추가 건설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세운 계획을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에 승인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 3호가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 ‘신규 석탄발전소 재검토’였지만 무색해진 지 오래다.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은 2017년 36.9기가와트에서 2022년 42기가와트로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석탄발전 비중은 37.7%로 원자력발전(28.8%), 액화천연가스(LNG·25.3%), 재생에너지(6.7%)보다 높았다.
반면 유럽 선진국들은 다르다. 네덜란드는 2024년에, 영국은 2025년에 석탄발전 비중 0%가 목표다. 영국은 2014년 전체 발전량의 30%였던 석탄발전을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5.4%로 줄였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석탄발전을 운영 중인 독일도 2038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는 탈석탄 흐름 속에 있다. 기후위기 문제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이 기후위기 대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린 거꾸로 간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지키지 않는다. 2010년 이후 실제 배출량은 목표 배출량을 2.3~15.4%나 초과했다. 초과 정도는 계속 늘고 있다.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전환)에서 가장 많은 25%를 넘겼는데, 전력수요도 늘었지만 2010년 이후 14기의 석탄발전소를 새로 건설한 탓이 크다. 2016년 국제 기후위기 대응 연구기관들은 한국을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했는데, 주된 이유가 석탄발전소 건설이었다. 우리와 함께 악당으로 꼽힌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였다.
환경단체들 주장을 보면, 가장 공정률이 낮은 포스파워 삼척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중단하면 연간 미세먼지 470t과 온실가스 1300만t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올겨울 처음으로 석탄발전소를 멈춰 줄이겠다고 한 미세먼지 양(2352t)의 5분의 1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방도가 묘연해진 온실가스 3410만t 감축 문제도 해결된다. 에너지·기후 분야 민간 싱크탱크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계산을 보면, 새로 지어지는 강원지역 석탄발전소를 제외하면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전망보다 2710만t 줄어든다. 여기에 모든 신규 석탄발전소를 제외하는 경우 배출 감축량은 4710만t이 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는 국가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지난 6월 ‘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내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석탄발전소의 과감한 추가 감축 및 액화천연가스 등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설비 감축 규모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은 이달 안으로 나온다. 계획이 확정되는 과정을 시민들이 지켜봐야 한다. 후손들에게 ‘악당’ 오명을 물려줄 순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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