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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불명예 교수(?)

등록 2019-08-29 17:56수정 2019-08-30 14:35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영국 역사가 존 갤러거와 로널드 로빈슨은 공통점이 많다. 한살 차인 그들은 케임브리지에서 역사 공부를 하다가 2차대전에 참전했다. 갤러거는 탱크 부대에, 로빈슨은 공군에 있었는데 각기 아프리카에서 복무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종전 이후 복학한 그들은 1961년에 <아프리카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제국주의의 공식적 정신>이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이 책은 대단히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사실 그 모태가 되었던 것은 1953년에 발표된 ‘자유 무역의 제국주의’라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 역시 그 둘의 공동 작품이었는데,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인쇄된 모든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저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논문 이후 제국주의의 역사에 관한 케임브리지 학파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 논문의 요지란 국가의 공적 정책으로 추진된 초기의 제국주의와 달리 1880년 이후의 두번째 단계는 자유 무역의 원리 위에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비공식적 제국주의였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둘의 주장에는 영국인으로서 제국주의와 관련된 도덕적 비판으로부터 영국을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오히려 제국주의라는 현상 자체가 도덕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반증하지만, 어쨌든 이후 그 둘은 옥스퍼드에서 석좌교수를 번갈아 수행했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갖는다. 당시에 아무리 영향력이 컸다 할지라도 오늘날 그 둘은 제국주의의 역사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들의 자료가 한정적이었다는 비판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19세기 식민지의 현실을 편향적으로 보았다는 것이 치명타가 되었다.

숫자에 주로 의존하는 역사의 한계를 보여준 셈인데, 역사의 이론이나 방법론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없이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왜곡시키려는 사람들이 이 땅에서 학자연한다. 그 대표 되는 분이 햇수가 모자라서, 즉 숫자에 의해 명예교수가 되지 못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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